성폭행하려던 관리 살해한 중(中)여성, ''영웅'' 됐다
by조선일보 기자
2009.06.03 08:19:20
[조선일보 제공] 중국의 사이버 공간이 성폭행을 시도하던 지방관리를 살해한 한 젊은 여성 이야기로 뜨겁다.
지난 5월 10일 후베이(湖北)성 바둥(巴東)현의 한 호텔에서 여종업원 덩위자오(鄧玉嬌·21)는 손님으로 찾아온 현 공무원 덩구이다(鄧貴大)와 황더즈(黃德智·41) 등 일행 3명이 돈다발을 내보이며 성관계를 의미하는 '특별 서비스'를 요구했으나 거절했다.
이어 두 사람이 성폭행을 시도하자 그녀는 저항하면서 발 마사지 때 쓰는 작은 칼을 휘둘렀다. 그 자리에서 덩구이다는 칼에 맞아 숨졌고, 황더즈는 부상했다. 덩위자오는 그 직후 경찰에 자수했다. 당초 공안(경찰) 당국은 '과도한 자기방어'라며 덩위자오를 살인죄로 처벌하려 했으나 최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인터넷을 통해 이 사건이 외부에 급속히 퍼지면서 성폭행을 기도했던 공무원들과 그녀를 구속한 경찰의 수사 행태에 대한 비난 여론이 전국적으로 들끓고, 외지의 유명 인권 변호사들도 그녀를 위한 무료변론에 나서자 방침을 바꾼 것이다.
중국의 검색엔진 '바이두(百度)'의 경우, 지난달 18일 첫 보도 이후 관련 속보와 사진 등이 700건 이상 뜰 만큼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일부 못된 관리들의 부당한 요구에 정당방위로 맞선 '여성 영웅'이라는 주장과 타락한 공무원들을 질타하는 댓글이 많다.
그녀는 인터넷 덕분에 전국적인 관심 속에 경찰서에서 풀려나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최근엔 가족들 품으로 돌아갔다. 반대로 그녀의 칼에 부상한 황더즈는 공산당 당적을 박탈당했고, 현장에 있던 또 다른 공무원 덩중자(鄧中佳·45)는 직위해제 후 구속됐다.
톈안먼(天安門) 사태 당시의 학생 지도자 중 한 사람인 퉁이(童屹)씨는 2일 홍콩에서 열린 한 발표회에서 "덩위자오 사건은 인터넷을 통한 민주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중국 당국은 인터넷 시대에는 아무리 감추고 싶은 치부도 감출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