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투자 외국기업 절반 이상 "노동시장 경직…노사관계 대립적"
by김소연 기자
2024.07.21 11:00:00
한경협, 외투기업 한국 노동시장 인식조사 결과
"노동시장 유연성 개선되면 투자규모 13.9% 확대"
10곳 중 7곳 "사업계획 수립시 노사관계 고려"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한국에 투자한 외국기업의 절반 이상이 한국의 노동시작이 경직적이라고 판단했다. 또 절반 이상 기업이 한국의 노사 관계가 대립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외국 기업들은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이 개선되면 투자 규모를 평균 13.9%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21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여론조사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종업원 100인 이상 제조업 주한외국인투자기업(외투기업) 53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노동시장 인식조사 결과를 밝혔다.
절반에 가까운 외투기업(47%)은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노동규제 수준이 높다고 답했다. 한국의 노동규제 수준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13.0%에 그쳤다. 비슷하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40.0%로 나타났다.
한국의 전반적인 노사관계는 응답 기업의 63%가 대립적이라고 평가했다. ‘협력적’이라고 대답한 기업은 4.0%에 불과했다. 응답 기업들은 한국의 노사협력 수준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독일은 124.8, 미국은 121.4, 일본은 116.2, 중국은 89.7로 응답했다. 주요 제조업 경쟁국 가운데 중국을 제외한 3개국 모두 노사협력 부문에서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외투기업 10곳 중 7곳(68.0%)은 중장기 사업계획 수립 시 한국의 노사관계, 노동규제 등 노동환경을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밝혔다. 한경협은 이에 대해 한국의 경직적인 노동시장과 대립적인 노사관계가 외투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고 봤다. 이에 외투기업이 다른 주요 국가들에 비해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노사 관계가 중요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이 G5 국가(미·일·독·영·프) 수준으로 개선될 경우, 외투기업들은 투자 규모를 평균 13.9%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한경협 관계자는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이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되면 산술적으로 작년 기준 27억 1000억 달러의 외국인투자 유입을 추가로 촉진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정부와 국회가 외국인투자 활성화를 위해 노동규제 개선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외투기업들이 한국의 경영활동에 있어 노사문제와 관련해 가장 애로를 느끼는 부분은 해고, 배치전환 등 고용조정의 어려움(42.0%)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외에도 △주52시간제 등 경직적인 근로시간제도(23.0%) △파업 시 대체근로 금지 및 직장점거 허용(11.0%) 등을 꼽았다. 외투기업들은 한국의 노동조합 활동 관행 중 개선이 시급한 사항으로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투쟁적 활동(37.0%)을 지적했다. 이어 △상급 노조와 연계한 정치파업(27.0%) △사업장 점거 등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파업 행태(18.0%) 등을 제시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의 경직적인 노동시장과 대립적인 노사관계는 그동안 외국인투자 유치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지적됐다”며 “경제블록화로 인한 탈중국 외국자본의 국내 유치를 위해서라도, 근로시간·해고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노동경직성을 해소하고, 산업현장의 노사갈등을 크게 부추길 수 있는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 입법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