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삼영 총경 "행안부 장관보다 윗선, 대통령만 있나"

by박지혜 기자
2022.07.25 08:11:52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총경)은 배후설을 제기하며 “행정안전부 장관보다도 윗선일 것이라는 구체적이지만 밝힐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류 총경은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경찰청장(윤희근 경찰청장 내정자)은 금요일, 측근을 통해서 ‘회의를 잘 마친 후에 이야기를 좀 하자’, ‘대표단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내왔다. 사실상 오늘 제가 휴가를 냈는데 서울에 가서 청장한테 우리 의견서를 전달하기로 약속이 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니까 청장은 회의에 대해서 알고 계시고 회의 결과를 전달받기로 한 사람이 회의 중에 그런 결단을 내렸겠느냐”라며 “합리적으로 추론해 볼 때 자기 의사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청장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명령을 하는 것은 청장 의사를 강하게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의 지시 명령이 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다만 “추측은 시청자 몫으로 돌리겠다”고 했다. 진행자가 ‘혹시 행안부 장관을 말하는 건가? 아니면 그 윗선일 수도 있다고 보는 건가?’라고 묻자 “위선일 것이라는 구체적이지만 밝힐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정보가 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행안부 장관도, 지금 이 말은 공개 여부가 애매해서 말이 꼬인다”라며 “그러니까 윗선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간단하게 이야기를 하겠다”라고 밝혔다.

류 총경은 진행자가 재차 ‘행안부 장관보다 윗선이면 대통령밖에 없지 않는가?’라고 묻자 “아니, 대통령만 있습니(까)”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도 진행자의 ‘해산 명령을 내린 것이 청장 후보자의 개인의 의견이 아닌 그 윗선이라면 장관이나 대통령을 생각하는 건가? 대통령실?’이라는 질문에 “예, 그렇다”라고 답했다.

다만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전날 “대통령께서 나서실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선을 그은 데 대해선 “지금 징계까지 하는 거 보면 세련되지가 못했다. 이런 일에 대해서 강하게 나가고 징계 절차로 위협한다면 더 큰 이슈를 만들고 문제를 확산시킬 것이 불 보듯 뻔한데 그런 걸 다 아는 행정관료들이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나고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 결과를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류 총경은 지난 23일 행안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다가 대기발령 조치됐다. 그는 회의가 끝난 직후 대기발령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직무 상태가 아닌 휴일에 모인 만큼 근거가 없는 인사조치라고 주장했다. 또 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감찰은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류 총경은 경찰국 신설 반대에 주도적으로 나선 데 대해선 전날 연합뉴스를 통해 “국가와 국민, 경찰에 중대하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30년 만에 바꾸는데, 아무런 논의도 없이 얼렁뚱땅하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경찰력 장악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류 총경의 대기발령과 함께 사상 초유의 회의 참석자 50여 명을 감찰한다는 소식에 경찰 내부도 들끓고 있다.

특히 경찰 내부망에는 “나도 회의에 참석했다”는 실명 글이 속속 올라오며 “나도 대기발령 하라”고 요구하는 등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익명 게시판에는 류 총경에 대한 인사 조치가 적절한지에 대한 투표도 이뤄졌는데, 투표 참여자 380명 중 96.1%에 달하는 365명은 ‘부당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행안부의 경찰 통제 방안에 대해 집단 반발을 이어온 전국 경찰직장협의회도 서울역과 경찰청 앞에서 류 총경의 대기발령을 비판하는 집회와 1인 시위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한 매체를 통해 “이른바 ‘윗선 개입’ 주장은 터무니없다”면서 “이번 인사조치와 감찰은 경찰 내부에서 논의해서 결정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실장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대해 “부적절한 행위”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전날 오후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대한민국에선 아주 힘이 센 ‘청’이 세 개 있다”며 검찰청·경찰청·국세청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검찰청은 법무부 검찰국이 있고 국세청은 기재부 세제실이 관장한다. 경찰(청)만 없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과거 경찰청을 관할했던 부처가 없었던 대신 민정수석이 있었다며 “경찰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아주 힘이 세진다. 3개 청 중 어떻게 보면 힘이 제일 셀지도 모르는데 견제나 균형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찰국 신설 반대 움직임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선 “기강의 문제도 있고 하니까. 경찰청과 행정안전부. 국무조정실에서 해야 될 사항 아니겠느냐”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