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브리핑]월말 수출업체 달러 매도에도 달러 강세..1120원 후반대 등락

by최정희 기자
2021.05.24 08:20:02

암호화폐 규제·조기 테이퍼링 전망 등에 달러화 강세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도세 이어질지 주목
월말 수출업체의 네고물량이 환율 상단 끌어내릴 듯

(사진= AFP)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원·달러 환율이 1120원 후반대에서 등락할 전망이다. 월말을 앞두고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네고) 물량이 환율을 짓누를 가능성이 있지만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규제 이슈가 증시 등 위험자산 회피 심리에도 영향을 주면서 달러 강세, 외국인의 주식 매도 자금 역송금 등의 수요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24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간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1개월물은 1127.65원에 최종 호가됐다.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0.15원)를 고려하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127.00원)보다 0.80원 소폭 상승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미국의 비트코인 규제가 강화되면서 암호화폐 뿐 아니라 증시 등 금융시장 전반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번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규모 축소) 논의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의 예비치는 61.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집값도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4월 거래된 기존주택 중위가격은 34만1600만달러(약 3억8500만원)로 나타났다. 역대 최고가다. 이런 분위기 속에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주최한 행사에서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늦는 것보다 빨리하는 것이 낫다”고 말해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하커 총재는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은 총재에 이어 두 번째로 조기 테이퍼링에 찬성한 지역 연은 총재가 됐다.



반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기존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로화가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인덱스는 90.05로 전 거래일보다 0.03%, 소폭 상승했다. 이는 역내외 달러 매수 심리를 촉발, 역외 숏포지션 청산으로 원화 약세를 유발할 수 있는 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 흐름도 살펴봐야 한다. 코스피 지수는 20일, 21일 2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8거래일 연속 주식 순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도 달러 강세,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발동하며 주식 매도세가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외국인이 주식 판 돈을 달러화로 바꿔 해외로 역송금, 원화 약세를 지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화 강세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월말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이다. 5월 1~20일까지 수출이 무려 전년동기대비 53.3%나 급증했다. 환율 상단에선 네고 물량이 유입되며 상단을 누를 가능성이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월말 특수성과 장중 수출 네고의 위력을 감안하면 숏커버(달러 매수)와 결제수요(수입업체의 달러 매수) 유입에 따른 상승 압력을 상쇄하기에 충분하다”며 “이날 환율은 소폭 상승 출발한 후 증시의 외국인 자금 동향과 역송금, 역외 숏커버 주도하에 상승 압력이 우위를 보이겠으나 월말 네고에 막혀 1120원 후반의 박스권 등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