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일러'를 잡아라..핀테크 경쟁, 연초부터 후끈

by김인경 기자
2021.02.14 09:30:00

네이버파이낸셜, 스마트스토어 대상으로 대출 석달
"비금융정보 활용 자체 평가, 신파일러 승인률 52%"
카뱅도 모빌리티 등 이용 자체신용평가 구축 속도
금융정보 없는 1300만 새로운 신용평가에 당국도 기대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신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이 부족한 사람들) 시장을 잡기 위한 빅테크들의 열기가 연초부터 뜨거워지고 있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이 내놓은 ‘미래에셋캐피탈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에서 신파일러에 대한 대출 승인율이 52%를 기록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12월 미래에셋캐피탈과 손을 잡고 네이버에 등록된 스마트스토어의 금융정보는 물론, 비금융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체 신용점수를 매기는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를 바탕으로 대출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존 은행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이나 1년 가량의 재무 정보 등을 바탕으로 대출을 내줬지만, 네이버파이낸셜은 스마트스토어 내 매출 흐름은 물론 단골고객 비중, 고객 리뷰 응답 속도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운영해왔다면 은행 대출을 거절되더라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평균 대출금액은 2500만원, 평균 금리는 연 5.5% 수준이다.

은행 문을 두드리기 어려운 네이버 입점 소상공인들의 신청이 쇄도했고 출시 한 달 만인 1월 기준 대상 사업자 중 16%가 대출을 신청했다. 반응이 뜨겁자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매출이 100만원 이상인 스마트스토어를 기준으로 대출 프로그램을 실시했지만 최근 50만원으로 기준을 낮췄다.

그런데 이 중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힘든 ‘신파일러’의 대출 승인율이 52%에 달하고 있다. 전체 대출 승인률(40%)보다도 높은 수치다. 게다가 대출기한이 한 달 인데 운영 두 달 반이 되도록 연체는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네이버 파이낸셜 관계자는 “출시 후 긴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금융이력이 부족한 신파일러가 연체를 한 경우가 없는 만큼, ACSS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네이버파이낸셜 제공
‘서류가 얇은 사람’이라는 뜻의 신파일러는 말 그대로 금융이력이 부족한 이들을 뜻한다. 이들은 지난해 말 기준 13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신용등급 대상자 중 27%가 신파일러인 셈이다. 대다수는 사회초년생이나 주부나 학생이다. 그리고 미래 소득을 예측하기 어려운 소규모 소상공인, 개인사업자도 신파일러에 속한다. 이들은 금융정보가 비교적 적다는 이유로 조금 더 높은 이자를 주고 2금융권이나 P2P(개인간 대출)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대안신용평가가 활성화하면서 이들에 대한 대출 문턱도 낮아지고 있다.

카카오뱅크도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바탕으로 신파일러는 물론 중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달 초 카카오뱅크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중저신용자를 위한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모빌리티나 카카오톡 내 선물하기 등을 신용평가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토스 역시 중소기업중앙회와 손잡고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빅테크들이 신파일러에 대출을 확대하고 다양한 정보로 신용평가를 하는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이다. 특히 소상공인의 경우, 주식투자나 부동산 투자 차원이 아닌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사업자금 취지에서 급전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포용금융’이라는 차원에서 대안신용평가의 도입을 장려하고 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만들어 얼마나 정확하게 평가하는지가 금융사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면서 “빅테크는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는 만큼, 경쟁력을 그만큼 확보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