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존처리' 못해 빛 잃는 문화재들

by김은비 기자
2020.10.05 06:00:00

국보 ‘금강경판’ 출토 산화돼 금빛 잃어
손길 필요한 문화재 국내·외 수백만건
관리 시설 갖춘 국립기관서 인력 부족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금빛 찬란한 모습을 유지했던 국보 123호 ‘금강경판’. 최근 이 금강경판이 빛을 잃었다. 자연적 산화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인재’라는 지적도 있다. 과학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이 있었다는 것이다.

‘금강경판’은 전북 익산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었다. 1965년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에서 발견했다. 세로 17.4cm, 가로 14.8cm 크기에 두께 0.5mm의 얇은 경판 19장이다. 통일신라 때 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발견 당시 깨끗하고 눈부신 금빛에 순금으로 제작했을 것으로 오해했을 정도. 이후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은 유물 성분조사에서 은판 위에 도금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문화재는 자연적·인위적 원인에 의해 부식·훼손될 수 있다. 특히 전시를 하는 과정에서 공기와 접촉하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런 역할을 하는 곳이 문화재 ‘보존과학부’다. 보존과학부는 아픈 문화재를 치료하고 유지하는, 사람으로 치자면 병원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훼손 또는 손상된 유물이 첨단 과학 기술을 활용해 본래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

국내 제대로 된 보존과학 시설을 갖춘 곳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문화재연구소 정도다. 모든 국립 박물관에 보존과학부서가 있지만 2~3명 직원이 단순한 보존 처리 작업을 하는 수준이다. 사설기관은 아예 보존과학부서가 없는 곳도 많다.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에도 20여명이 있을 뿐이다. 이들의 연간 문화재 보존 처리량은 최대 1000건 정도. 반면 보존처리가 필요한 소장 문화재는 40만여점에 달한다.

국내 문화재 수는 수백만개다. 지금 인력으로 모든 문화재를 관리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다행인 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24년을 목표로 ‘문화유산 과학센터’를 짓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센터 건립과 동시에 걸맞은 인력배치도 중요하다. 우리 소중한 문화재가 빛을 잃지 않게 할 가장 소중한 자원이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국보 제123호 왕궁리오층석탑 도금은제 금강경판(사진=국립익산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