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대량해고 우려에 전국민고용보험 첫발부터 삐끗

by김소연 기자
2020.07.30 05:30:00

14개 특고 종사자 77만명 중 약 30만명 보험설계사
보험업계 "고용보험 의무화시 추가비용 연 6천억" 주장
"수익성 낮은 저수익 설계사 구조조정 불가피" 반발
월소득 50만원선 저수익 설계사 의무가입 제외 검토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의 고용보험법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한 7개 단체 공동의견제출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전선형 김소연 기자] 정부가 전국민고용보험제 도입을 위한 첫 단추로 추진 중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고용보험 의무 가입이 첫발 떼기도 전에 삐걱대고 있다. 정부 우선 적용 대상으로 선정한 14개 특고 중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 곳이 보험업계다. 14개 특고 직종 종사자 77만명(추정) 중 약 30만명(생명보험, 손해보험 등록설계사 기준)이 보험설계사다.

보험업계는 30만명이 넘는 보험설계사에 대한 고용보험 의무가입이 시행될 경우 보험사들이 짊어져야 하는 추가 비용이 한해 수천억원에 달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월수입이 일정액 이하인 저수익 설계사는 의무가입 대상에서 제외하는 보완책을 꺼내 들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강행할 경우 대규모 실업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29일 금융업계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부와 금융위원회는 지난 23일 5대 금융협회(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와 보험대리점, 대출상담사 및 보험설계사 대표한 인사 등이 참여한 간담회를 열고 금융업권 특고에 대한 고용보험 의무가입 문제를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손·생보협회는 보험설계사에 대한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강행할 경우 보험사들이 막대한 비용을 추가로 떠안아야 한다며 제도 도입 자체를 반대했다. 보험업계가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보험업계는 보험설계사의 4대 보험 가입이 의무화될 경우 연간 약 6037억원(생명보험 3803억원, 손해보험 2234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현재는 고용보험에 새로 가입하면 국세청을 통해 자동으로 다른 사회보험기관에도 가입 사실이 전달돼 한 달 뒤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등 3개 사회적 보험 청구서도 함께 날아든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특히 보험사들은 정부가 보완책 없이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강행할 경우 수익 창출보다 유지비용이 더 큰 저수익 보험설계사들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고용 안정 보장을 위한 고용보험 도입이 오히려 구조조정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보험사 관계자는 “본업은 따로 있고 부업으로 보험설계사를 하는 등 보험사 입장에서는 돈이 안 되는 보험설계사들이 상당수”라며 “이미 수익성 저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보험 의무가입 등으로 인해 관리비용이 증가할 경우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이번 고용보험법 개정안에서 일정 소득 이하 특고는 고용보험 가입 의무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고 돼 있다. 다만 구체적인 기준은 대통령에서 정하기로 했다. 현재 임금근로자 중에서 주 15시간 미만이나 월 60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경우, 65세 이후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한 사람 등은 고용보험 가입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임금근로자 기준을 감안하면 특고의 고용보험 가입 기준은 월 소득 50만원선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월 60시간 근로자의 월소득은 52만3200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고용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되는 설계사는 2만~3만명 선으로 추산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보험은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게 본업인 사람이 실업 상태가 됐을 때 지원하는 제도”라며 “보조적으로 일하는 노동자는 현재 고용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하는 기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구체적인 소득 기준은 시행령 위임 사안으로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