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철회 침묵…'낙관론' 대신 '관세폭탄' 언급(종합)
by이준기 기자
2019.11.13 06:56:51
관세, 합의 지렛대로 활용 의지 '되풀이'
"中보다 美 더 잘 속였던 나라 없었다"
'車관세 연기' EU 향해서도 "中보다 더 나빠"
시장 주춤…"美中무역전쟁 끝난 건 아냐"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미국·중국 간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한 서명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다만, 양국 간 합의가 불발될 경우 대중(對中) 관세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경고했다. 1단계 합의를 위한 미·중 상호 간 ‘단계적·동시적’ 관세철회 여부를 놓고 양국 간 ‘힘겨루기’가 지속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언급 없이 되레 ‘관세’를 향후 합의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주장을 편 셈이다. ‘1단계 합의’에 대한 보다 진전된 언급, 즉 ‘낙관론’을 기대했던 시장이 실망감으로 가득 찼던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경제클럽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그들(중국)은 우리와 합의를 체결하고 싶어 못 견딜 지경”이라며 이처럼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과의) 거래가 미국과 우리 노동자들, 우리 위대한 기업에 좋을 경우에만 받아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가 (중국과)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관세를 상당한 수준으로 인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9일 메릴랜드주(州)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취재진에게 내뱉은 “무역협상은 아주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좋은 딜’이 이뤄져야 중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할 것”이라는 발언과 거의 일치하는 수준이다. ‘관세 철회’에 대한 언급이 나올 수 있다는 예상이 빗나간 셈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미·중 양측은 협상 진전에 따라 단계적으로 고율 관세를 취소하기로 동의했다”는 지난 7일 중국의 공식 발표에 대해 “아무것도 합의하지 않았다”고 부인한 바 있다. 당시 가오펑 상무부 대변인은 “만약 (미·중) 양국이 1단계 합의에 이른다면 반드시 합의 내용을 바탕으로 동시에 같은 비율로 고율 관세를 취소해야 한다”며 “이것은 합의 달성의 중요한 조건”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되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을 향해 “2001년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한 이래 미국을 누구보다도 더 잘 조작해왔고 이용해 먹었다”며 “나는 ‘속였다’는 말을 쓰지 않겠지만, 중국보다 잘 속인 나라는 없다”고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상대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과거 미국 지도자들에게 화살을 돌렸다. 과거 미 대통령들이 “중국이 무역협정을 교묘하게 이용하도록 허용, 미 노동자들과 제조업이 큰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을 겨냥, “관세는 우리에게 못되게 구는 다른 나라들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많은 나라가 미국에 엄청나게 높은 관세를 매기거나 말도 안 되는 무역장벽을 세운다”며 “솔직히 말하면 EU는 매우 어렵다. 그들이 만든 장벽은 여러 면에서 중국보다 더 나쁘다”고 주장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여부 결정 시한을 추가로 6개월 연장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지만, 여전히 EU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낙관론과 거리가 멀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유럽산 차 관세 부과 연기 전망에 상승세로 출발했던 뉴욕증시를 후퇴시키기 충분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과 변동이 없는 2만7691.49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각각 0.16%와 0.26% 상승에 그쳤다. 장 초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한 셈이다.
존 핸콕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매트 미스킨 투자전략 공동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과 관련, “아직 무역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BMO 캐피탈 마켓의 그렉 앤더슨 외환전략책임자는 “시장의 (낙관적) 기대가 무너졌다”고 표현했다. 다만, TD 아메리트레이드의 JJ 키넌 전략가는 “연설이 실망감을 안겨주긴 했으나 대규모 매물이 쏟아지지 않았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여전히 ‘1단계 무역합의’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