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LG마피아]끈끈한 네트워크·정보공유 '케미 굿'..글로벌 도약 이끈다

by류성 기자
2019.11.01 06:00:00

2000년대초 LG바이오 구조조정,연구원들 속속 창업
창업 10년새 본격 결실 맺으며 핵심세력으로 급부상
좌장 최남석 박사,사무총장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이데일리 류성 기자] “LG화학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LG출신들이 창업한 바이오기업들을 모두 한울타리안으로 모으게 되면 국내 바이오산업을 장악하는 것은 물론 세계적 바이오 선도기업으로 한순간에 도약할수 있다.”

대표적 ‘LG마피아’로 꼽히는 이병건 SCM생명과학 대표는 LG화학(LG생명과학) 연구원 출신들이 창업한 바이오기업들이 이제는 K바이오를 구성하는 핵심세력으로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는 현실을 이같이 표현했다. LG마피아를 빼놓고 K바이오를 논하는게 무의할 정도라는 게 바이오업계의 평가다.

실제 LG에서 나와 바이오 기업을 창업해 K바이오를 선도하는 주요기업으로 키워낸 LG마피아는 모두 50여명에 달한다. LG마피아가 창업한 바이오 기업 가운데 현재까지 코스닥에 상장한 곳도 10여개사에 이른다. 코스닥 상장 전체 바이오기업(100여개사)의 10%에 달하는 비율이다.

코스닥 상장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하면 무려 4조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창업은 하지 않았지만 바이오 기업 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LG마피아도 20여명에 이른다. 이외에도 바이오기업의 연구소장, 부사장 등 고위임원등으로 뛰고있는 LG마피아는 100여명을 훌쩍 넘어선다.

LG마피아의 좌장은 초대 LG화학 기술연구원장을 지낸 최남석 박사다. 최박사는 LG화학에 근무할 당시인 지난 1979년 대덕연구단지내 LG화학 바이오텍연구소를 세운 주역으로 LG마피아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LG마피아의 바이오 1세대로 불리는 멤버로는 김용주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조중명 크리스탈(083790)지노믹스 회장, 고종성 제노스코 대표 등이 있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는 LG마피아의 정기모임을 뒷단에서 챙기며 결속을 다지는 사무총장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주요 LG마피아로는 박순재 알테오젠(196170) 대표,김규돈 제넥신(095700) 대표,이정진 종근당바이오(063160) 대표, 손미진 수젠텍(253840) 대표, 유진산 파멥신(208340) 대표, 임국진 프로테옴텍 대표, 김성기 파나진(046210) 대표, 김소연 피씨엘(241820) 대표, 최호일 펩트론(087010) 대표, 윤문태 씨앤알리서치 회장 등이 거론된다.

LG마피아 원로격인 박순재 대표와 조중명 회장이 각각 창업한 알테오젠과 크리스탈지노믹스는 LG사단을 상징하는 바이오업체다. 두 회사 모두 시가총액이 6000억원에 육박한다. 알테오젠은 기존 정맥주사용으로 쓰이는 항체나 단백질 약품을 피하주사용으로 바꿔주는 효소생산 기술을 개발,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이다. 환자가 정맥주사를 맞으려면 4~5시간이 걸리는데 비해 피하주사는 5분 내로 단축할수 있어 시장성이 무궁하다는 평가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 8월 개발중인 표적항암제(CG-745)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췌장암 치료용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서 화제가 된 기업이다. 국내에서도 이 항암제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 현재 진행중인 임상2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식약처 조건부 허가를 받아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판매가 이뤄질 전망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차세대 관절염 진통소염제 아셀릭스를 상업화하고 분자표적항암제(CG-806)를 기술수출한 덕에 대부분 바이오기업과는 달리 이미 흑자를 실현하고 있는 알짜기업으로 평가받는다.

LG마피아 가운데 대표적 전문 경영인으로는 김규돈 제넥신 대표가 꼽힌다. 이 회사 가치만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제넥신은 약효 지속력을 올려주는 하이프리드에프씨(Hybrid Fc) 플랫폼 기술을 보유,이를 기반으로 항암면역 치료제, 차세대 단백질 신약, 신규 DNA백신 신약 등 다양한 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유전자 편집기술에서 세계적 원천특허를 인정받고 있는 툴젠과 합병을 추진,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LG사단이 주력으로 전개하고 있는 바이오 사업분야는 대부분 바이오 항암, 항체 분야다. LG그룹이 1980년대 LG화학 바이오텍연구소를 연구거점으로 바이오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중점을 뒀던 분야이기도 하다. 당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유전공학을 LG가 먼저 나서서 한번 해보자”고 하면서 국내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1981년에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다. LG마피아들의 주력 전문분야가 바이오이다보니 화학 의약품 사업에 진출한 경우는 거의 찾아볼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LG생명과학 출신인 정준호 크리스탈생명과학 대표는 “당시 LG생명과학 연구원들은 바이오 분야에서는 어디에 내놓아도 뒤떨어지지 않는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었다”고 회고했다.

K바이오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LG마피아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존재감을 알린 것은 불과 3~4년 전부터다. 이 시점을 전후로 LG마피아들이 창업한 바이오기업들은 속속 가시적인 연구성과를 거두거나 코스닥 상장에 잇달아 성공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된다. 바이오 사업의 특성상 결실을 맺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인 10년을 넘긴 시점과 맞물린다.

각자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접어들면서 LG마피아들은 4년전부터 ‘LG 오비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1차례씩 정기모임을 가지면서 결속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첫 행사이후 매년 참가인원은 40~50여명에 불과했으나 올해 7월 모임에는 100명을 넘어설 정도로 LG마피아의 단결력이 두드러지고 있다.

LG마피아는 이제 선후배간에 사업정보를 공유하고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등 상호간 협업으로 사업 시너지를 높여나가는 모양새다. 이병건 SCM생명과학 대표는 “특히 바이오사업은 비즈니스 인맥이 큰 역할을 하는데 도처에 포진해 있는 LG출신들이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며 “1년에 1차례씩 하는 정기모임을 2~3회로 늘리는 방향으로 회원간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