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은행에 힘준 윤종규 회장…‘리딩뱅크 KB’ 만들다
by박일경 기자
2018.09.28 07:00:00
[KB금융지주 29일 창립 10주년]
4년前 경영다툼 때 구원투수로 등판
구조조정·M&A…포트폴리오 재편
우수한 실적에 첫 KB 회장 연임 성공
“자만은 금물…1등에 안주하지 말라”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KB금융지주가 오는 29일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KB금융은 작년 지주 출범 9년 만에 처음으로 9년 연속 영업실적 1위를 고수한 신한금융지주의 아성을 넘어서며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가득 찬 분위기다. 지난 2014년 지주 회장과 은행장 사이 경영갈등으로 촉발한 ‘KB 사태’를 겪으면서 흔들리기도 했지만 이 시기 구원등판한 윤종규(63·)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원 펌, 원 KB(One Firm, One KB·하나의 회사 하나의 KB)’를 빠르게 완성했다. 최근 4년간 구조조정과 증권·보험·캐피탈 등 비(非)은행 계열사에 대한 대형 인수합병(M&A)을 잇달아 성공시켜 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전 재편했다.
윤 회장은 창립 10주년 기념사에서 “KB금융은 지난해 시가총액 1위를 탈환하고 최대 이익을 거뒀다”며 “기업의 흥망성쇠는 정보보호나 내부통제와 같은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작은 일에서부터 비롯되는 까닭에 ‘1등 KB’가 된 것에 절대 안주하거나 자만하지 말아야한다”고 당부했다.
윤 회장은 역대 4명의 KB금융그룹 회장 가운데 연임에 성공한 첫번째 회장이다. KB금융은 2008년 9월 설립 이후 지금까지 총 4명의 회장을 맞이했다. 제1대 황영기 초대 회장(2008년 9월~2009년 9월)을 시작으로, 제2대 어윤대(2010년 7월~2013년 7월), 제3대 임영록(2013년 7월~2014년 10월), 제4대 윤종규 회장(2014년 11월~2017년 11월)으로 이어지고 있다.
4명의 KB금융 수장 중에 임기 3년을 다 채운 인물은 고려대 총장을 지낸 어윤대 전 회장과 현직인 윤 회장 둘뿐이다. 윤 회장은 임기를 만료한 두번째 KB금융 회장이면서 동시에 4대에 이어 5대(2017년 11월~2020년 11월)까지 최초의 연임 회장이다.
윤 회장은 2014년 11월 첫 취임 이듬해인 2015년 6월 옛 LIG손해보험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다. KB손해보험으로 이름을 바꿔 출범하기까지 불과 6개월여 만에 일사천리로 끝내는 추진력을 보였다. 이로 인해 KB금융 총자산은 기존 약 421조원에서 445조원으로 늘어 국내 금융지주회사 1위에 올랐다.
또다시 1년도 안 돼 1조2500억원을 과감하게 베팅한 KB금융은 2016년 3월 현대증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같은 해 8월 KB금융 이사회는 현대증권과 KB금융의 주식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현대증권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결정했다.
KB금융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조915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9%(548억원) 증가했다. 상반기에만 2조원 가까이 벌어들여 지주 창립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2개 분기 연속 9000억원대 순익 시현으로 연초 밝힌 매분기 영업이익 목표 9000억원 이상을 향해 순항 중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KB금융은 국내 금융사 최초로 2년 연속 ‘3조 클럽’ 달성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회장은 1955년생으로 전남 나주 출신이다. 고졸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에 입문, 금융기관 수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1973년 광주상고를 졸업한 뒤 한국외환은행에 입행한 윤 회장은 1975년 성균관대 야간과정에 입학해 주경야독으로 1982년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행정고시도 차석으로 붙었으나 대학시절 시위에 참여한 경력이 문제가 돼 임용이 취소됐다. 1980년 삼일회계법인으로 자리를 옮겨 상무·전무이사 및 부대표를 역임했다.
2002년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의 제의로 국민은행에 들어와 재무전략본부장(부행장)으로 기용됐다. 2004년엔 개인금융그룹 대표(부행장)도 됐다. 2005년부터 5년 동안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으로 일하다 2010년 복귀해 2013년까지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을 맡았다.
하반기 들어 신한금융그룹이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보험)를 인수하며 리딩뱅크 경쟁이 재차 불붙은 모양새다. 하지만 윤 회장은 “앞으로도 진정한 리딩금융그룹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늘 강조한대로 재무적으로 2위와 20~30%의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한 수성 의지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