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주말 여기어때]카페와 예술의 경계 허문 '힙플레이스' 음 레코드
by이윤화 기자
2018.09.15 07:00:00
이태원 우사단길 LP카페 겸 바(bar)
SNS 입소문 타며 연일 사람들로 북적
눈과 입, 귀로 즐겨…8만여장 LP에 세월 흔적 고스란히
|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10길 145에 있는 LP카페 겸 바(bar) ‘음 레코드’. (사진=이윤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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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한강과 남산의 중간 지점에 자리한 서울중앙성원(Seoul Central Masjid). 1969년 서울 이태원에 건설된 국내 최초의 이슬람 성원(모스크)인 이곳 입구에서부터 도깨비시장까지 이어지는 우사단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낡은 2층짜리 건물이 시선을 끈다. 2층 오른쪽 외벽엔 ‘음’ 이란 간판이 붙어 있지만, 어떤 건물인지 그 뜻을 짐작하긴 어렵다.
자동차 한 대 겨우 지날 정도의 좁은 골목길에 이태원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곳은 LP카페 겸 바(bar) ‘음 레코드’다. 굳이 찾아오려 애쓰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공간이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면서 평일과 주말 가리지 않고 사람들로 북적인다.
지난 2016년 6월 처음 이 곳에 문을 연 음 레코드의 대표는 잡지 편집장으로 일하던 전우치 씨다. 전씨는 LP로 디제잉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음 레코드를 만들게 됐다.
음 레코드는 기존의 LP바나 음악 카페들과는 달리 손님이 직접 음반을 골라 듣고 즐길 수 있다. 손님이 직접 가져온 LP판을 틀 수도 있고 초보자들에게는 턴테이블 사용법도 알려준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 1층과 2층 곳곳에 LP라 불리는 바이닐(Vinyl) 레코드 약 8만장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 LP 컬렉션은 주기적으로 교체되는데 원하는 음반을 직접 골라 듣거나 구매도 할 수 있다.
‘영원한 싱어송라이터’라 불리는 고(故) 김현식의 앨범부터 스티비 원더 등 세계적인 가수들의 명반, 영화와 만화의 주제곡을 담은 앨범들까지 수 만장의 LP들이 누군가의 손길과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놓여 있다.
눈과 입, 귀로 즐기는 음 레코드의 진가는 루프탑(옥상)에서 드러난다. 3층에선 LP 대신 카세트 테이프와 붐 박스로 음악을 트는데, 요즘 같은 때 청명한 가을 날씨를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음 레코드의 직원들이 베트남 하노이로 직접 찾아가 조리법을 공수해 온 시그니처 메뉴 반미 샌드위치와 맥주, 아메리카노 한 모금이면 도심 속에서 남부럽지 않은 소풍을 즐길 수 있다.
음 레코드는 과거의 문화를 다시금 복원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바이닐 문화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카세트 테이프로 장식한 벽면, 턴테이블, 아날로그 TV 등 예전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소품들이 2030 세대의 젊은 감각으로 재배치 돼 있다. 가수 타이거JK, 윤미래, 크러쉬, 아이돌 세븐틴, 블랙핑크, 위너 등이 앨범 자켓을 촬영한 장소로도 유명하다.
딘딘과 황보 등 유명 가수들도 자주 찾아 앨범을 구매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반스’(Vans) 등 의류 스포츠 브랜드들의 화보 촬영지로도 자주 이용되는 곳이다.
| 음 레코드 1층 내부 모습. (사진=이윤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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