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의 암호화폐 읽기]<35>안정적 투자 가능…머지않은 비트코인 ETF

by이정훈 기자
2018.05.09 06:27:15

비트코인 ETF 도입땐 기관투자가 매수수요 확충
2013년 윙클보스 신청 후 총 7건 ETF 인가 기다려
CBOE 상장 찬성…SEC내 우호적 기류변화 기대

미국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비트코인 ETF 상장을 위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 다양한 ETF 상장 신청이 있었지만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거부 또는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앞서 우리는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새로운 툴(tool)인 비트코인 선물을 살펴 봤습니다. 보다 작은 투자금으로 선물을 매매함으로써 비트코인 현물을 직접 사고 파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거두는 것은 물론 선물 매도로 가격 하락시 수익을 낼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게 중요한 의미라고 하겠습니다. 다만 비트코인 현물 대부분을 사고 파는 투자자가 개인인 반면 비트코인 선물은 다수의 기관투자가들이 헤지나 차익거래 차원에서 이용하다보니 비트코인 선물상품 출시가 암호화폐시장에는 가격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실제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과 스탠퍼드대가 공동으로 발표한 연구논문도 “비트코인 선물 출시가 암호화폐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저자들은 “비트코인 가격의 가파른 상승과 선물상품 도입 이후 빠른 하락은 모기지담보증권(MBS) 등 다른 금융투자상품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던 흐름”이라고 해석한 뒤 “새로운 투자상품이 등장한 초기엔 투자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진 낙관론자들이 시세를 주도하다가 가격 하락에 베팅할 수 있는 파생상품이 등장하면 비관론자들이 시세 하락을 주도하곤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비트코인 선물 도입 이후 잠시 관망하던 비관론자들은 가격이 약간 하락하자 “내가 이럴 거라고 했잖아”라는 확신과 함께 본격적으로 매도를 시작했죠. 물론 글로벌 규제라는 또다른 변수가 맞물리긴 했지만 이런 수급상 변화로 인해 지난해 12월 중순 2만달러 직전까지 갔던 비트코인 가격은 올 2월말엔 6000달러 근방까지 추락했습니다.

그러나 선물상품 등장에 따른 암호화폐 매도우위는 그리 오래 지속되진 않을 겁니다. 특히 그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재료는 기관투자가들이 암호화폐시장에서 매수우위를 보이도록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상품의 등장일텐데요, 그 상품은 바로 상장지수펀드(ETF)일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ETF는 개별 종목 대신에 주식과 채권, 원자재(상품)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요 가격지수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장내거래상품을 말합니다. 소액으로 여러 종목에 동시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펀드와 유사하지만 주식시장에 상장돼 실시간으로 쉽게 사고 팔 수 있다는 점에서 개별 주식과도 비슷합니다. 인덱스펀드처럼 패시브 투자가 가능하지만 유동성이 더 풍부하고 거래 수수료도 낮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금ETF 출시 이후 ETF에서의 현물 보유량이 늘어나고 이 수요 증가가 금값을 빠르게 끌어 올리는 요인이 됐다.


이렇게 장점이 많다보니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 출시를 위한 시도는 지금으로부터 5년전인 지난 2013년부터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전도사’로 불리는 윙클보스 형제는 2013년 7월1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윙클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라는 이름의 ETF 상품 인가 신청을 냈습니다. 또 이를 계기로 2016~2017년 두 해동안 총 7건의 ETF 인가 신청이 가능했습니다. 물론 이 모두가 SEC로부터 거부되거나 장기 보류상태에 놓여 있긴 하지만 최근 미 감독당국으로부터 다소 우호적인 발언들이 나오고 있어 이르면 연내 도입될 것이라는 기대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올초인 1월에 SEC는 ‘암호화폐시장 유동성이 충분치 않고 잠재적인 가격 조작 리스크가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ETF 허용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며 CBOE측 의견을 물었는데 이에 대해 크리스 콘캐논 CBOE 최고경영자(CEO)는 두 달 뒤 답신에서 “미국 비트코인 현물시장은 거래량 증가로 전통적인 상품시장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는 현물시장이 비트코인 ETF를 지지할 만큼의 충분한 유동성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차익거래 메커니즘이 다른 상품관련 ETF에도 동일하게 작동하면서 ETF와 비트코인 가격이 비슷하게 유지될 것이고 이로 인해 가격 조작 리스크도 제한적일 것”이라고도 강조했구요. 한 마디로 SEC측 우려에 반대 입장을 드러낸 것인데요. 특히 최근에는 비트코인 현물 대신 비트코인 선물가격을 따라가는 ETF 상장 시도가 주를 이루고 있어 SEC의 인가 가능성을 더 높이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더 늘어날 경우 현물보다 선물 가격 조작 가능성이 더 낮아질 것으로 것이구요, 과거 SEC 역시 `상당한 정도의 규모로 제도화되고 규제된` 선물시장을 토대로 한 상품 ETF를 더 쉽게 승인해 줬다는 전례도 있으니 말입니다.

선물 ETF의 경우 만기일에 따른 롤오버(만기이월) 리스크로 인해 상대적으로 가격 안정성이 높지 않다는 우려도 있지만 어찌됐건 비트코인 선물 ETF라는 새로운 상품이 시장에 진입한다면 기관투자가의 선물 매수 포지션을 확대할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월가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도 과거 금(金)선물 ETF 도입 이후 기관투자가들의 금 보유물량이 늘어나면서 금 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한 사례를 거론하며 비트코인 ETF 도입은 암호화폐시장에 혁신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