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후 원전 과세 검토..한수원 난색 "원가 부담"(종합)

by최훈길 기자
2018.04.19 07:05:30

산업부 워킹그룹 "원전세 신설 검토"
기재부 "7~8월께 과세 여부 확정"
원자력만 국세 0원, LNG와 격차 커
녹색위 출범, 탈원전 정책 심의 착수
워킹그룹 "전기요금 오를 가능성"

이낙연 국무총리가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8기 녹색성장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했다. 녹색성장위는 탈원전·탈석탄 등 문재인정부의 주요 에너지정책 계획을 총괄 심의하기로 했다. 이 총리 옆에 민간위원으로 선임된 김제남 정의당 전 의원이 앉아 있다.[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이른바 ‘원전세(국세)’를 도입해 세금을 더 걷는 방안이 검토된다.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탈원전 정책 취지에 따른 것이다. 지방선거 이후 개편안이 공개될 예정이다. 그러나 원전 업계에서는 원가 부담이 커져 전기요금 인상을 초래할 것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2040년) 수립을 위해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워킹그룹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2차 에너지기본계획 성과와 한계’ 안건을 상정해 논의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2차 계획 때 원전에 적절한 비용을 반영하겠다고 했는데 5년이 지나도록 원전에 국세가 부과되지 않고 있다”며 “3차 계획을 논의하면서 원전에 대한 국세 과세를 신설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재는 워킹그룹 논의 내용을 파악하는 상황”이라며 “내년 세법 개정안에 반영할지는 7~8월께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개별소비세법에 따르면 발전소에 사용되는 연료(발전원) 중 원자력에만 개소세(국세)가 한 푼도 붙지 않는다. kg당 중유는 17원, 유연탄은 24원, LNG(천연가스)는 60원이 붙는다. 친환경 연료라 불리는 LNG에 붙는 세금이 원자력에 비해 ‘중(重) 과세’ 수준인 것이다. 지방세(지역자원시설세)는 모두 붙지만 1kWh당 원자력발전은 1원, 화력발전(유연탄·중유·LNG)은 각각 0.3원으로 국세만큼 차이가 크지 않다.

원자력에는 국세가 붙지 않지만 LNG에는 국세가 원자력, 중유, 유연탄보다 많이 붙는다. 이런 조세 구조 등이 반영돼 원전의 발전원가가 낮아지게 됐다. 국세는 개별소비세 기준. 국세 단위는 원/kg.[출처=기획재정부, 그래픽=이데일리 이서윤 기자]
이 때문에 박근혜정부에선 집권 2년 차인 2014년에 세율 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산업부(당시 장관 윤상직)는 2014년 1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2차 에너지기본계획(2014~2035년)에서 “발전용 유연탄을 개별소비세 과세 대상에 포함하고 전기의 대체재인 LNG에 대해서는 과세를 완화한다”고 밝혔다. 이어 계획에 “원전 안전 등의 사회적 비용을 전기요금에 단계적 반영” 입장을 담았지만 원전세 신설 방안은 제외했다.

반면 문재인정부에서는 기류가 확 달라졌다. 탈원전 정책 기조에 따른 것이다. 산업부는 작년 10월 발표한 에너지전환로드맵에서 “원전의 단계적 감축”을 확정했다. 작년 12월 확정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경주지진, 포항지진 등으로 다수호기가 밀집한 국내 원전의 안전에 대해 국민 우려가 증가했다”며 원전 감축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과거 정부와 달리 원전세 도입까지 2차 에너지기본계획 논의 과정에서 검토하게 된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녹색성장위원회(국무총리 산하)도 탈원전 색채가 짙어졌다. 이 위원회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심의해 국무회의에 올리는 중책을 맡고 있다. 이낙연 총리는 18일 8기 녹색성장위 제1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민간위원 25명(위원장 포함)을 위촉했다. 민간위원장은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위원은 김제남 정의당 전 의원 등이 임명됐다. 김 전 의원은 2013년 의원 시절 원전 비리 관련해 “한수원을 해체하지 않고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강성 발언을 한 바 있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사진=한수원]
한수원은 원전세 신설, 녹색성장위 위원 교체 등 잇단 탈원전 정책에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수원의 당기순이익은 8618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6103억원이나 감소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원전 안전관리가 깐깐해졌기 때문이다. 18일 현재 원전 24기 중 11기(46%)가 가동 중단된 상태다. 정비 중인 원전은 고리 2·3호기, 신고리 2·3호기, 한빛 4호기, 월성 1·2호기, 신월성 1호기, 한울 2·3·5호기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세까지 부과되면 적자 경영이 우려된다는 게 한수원 입장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세금이 신설되면 원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워킹그룹 핵심 관계자는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다”며 “지방선거 이후 개편안이 나오면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정책 비용에 대해 대국민 설득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저탄소 녹색성장과 관련된 주요 정책 및 계획과 그 이행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한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다. 이명박정부 때인 2009년 1월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됐다가 박근혜정부 때인 2013년 3월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총리 소속으로 변경됐다.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제14조, 제15조)에 따르면 위원회는 위원장 2인을 포함한 당연직·위촉직 총 50인 이내로 구성된다.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 기본방향 △녹색성장국가전략의 수립·시행 △기후변화대응·에너지·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 △저탄소 녹색성장 관련 법 제도, 재원배분 및 사용 △그 밖에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을 논의한다.

이번에 위촉된 8기 민간위원 25명은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위원장), 강현수 충남연구원 원장, 고재경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기준학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겸임교수,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김제남 전 의원,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김춘이 환경연합 사무부총장, 김하나 세종대 기후변화협동과정 교수, 김해창 경성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문승일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공동대표, 박혜린 바이오스마트 대표이사, 서왕진 서울연구원 원장, 신지형 녹색법률센터 부소장, 유승직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 윤정숙 녹색연합 공동대표,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이사, 이명주 명지대 건축대학 교수,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이태화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이한경 에코앤파트너스 대표, 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천승규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최근 4년 새 가장 낮았다. 이대로 가면 올해는 당기순이익 적자가 우려된다. 단위=억원.[출처=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 그래픽=이데일리 이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