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보다 무서운 고령운전…사고 사망자수 음주운전 넘어서
by이승현 기자
2016.02.23 04:00:00
작년 교통사고 사망자 3%↓..고령운전 사고 사망자 6.9%↑
2013년 음주운전 사망자 추월 후 격차 확대..5년새 49.1%↑
작년 고령운전 사고 사망자 816명 > 음주운전 사망자 583명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 노인 운전자가 일으킨 사고의 사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노인 운전자로 인한 사망자가 고질적인 사망사고 원인인 음주운전 사망자를 계속 넘어설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경찰청이 발표한 ‘2015년 교통사고 통계현황’을 보면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는 총 4621명으로 전년보다 3.0%(141명) 줄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차량 1만대당 사망자가 1.9명으로 처음으로 1.0명대에 진입했다. 이 수치는 2010년부터 2.0명대를 유지하다가 이번에 1.0명대로 떨어졌다.
사망자 사고상태 별로는 ‘보행 중’이 1795명으로 전체의 약 39%로 가장 많았다. 보행자 사망자는 전년보다 6.0%(155명)이 줄었다. 이어 ‘자동차 승차 중’(1530명), ‘이륜차 승차 중’(869명), ‘자전거 승차 중’(272명), ‘기타’(농기계·건설기계 승차 중·155명) 등이다.
음주운전 사망자도 경찰의 지속적인 단속과 운전자 의식제고 등으로 감소추세에 있다. 음주운전 사망자는 지난 2012년 815명에서 2013년 727명, 2014년 592명, 2015명 583명 등 줄고 있다.
그러나 노인 운전자로 인한 사망자는 지난해 816명으로 전년에 비해 6.9%(53명) 늘었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중 17.7%가 노인 운전자가 일으킨 사고에서 발생했다.
노인 운전자가 발생시킨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0년 547명, 2011년 605명, 2012년 718명, 2013년 737명, 2014년 763명, 2015년 816명 등 매년 늘고 있다. 5년새 49.1%나 급증했다. 노인 운전자로 인한 사망자수는 3년 연속으로 음주운전 사고 사망자수를 웃돌고 있으며 그 격차도 커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인지 및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고령 운전자의 양적증가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실제 만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2011년 약 145만명에서 2013년 약 186만명, 2014년 약 207만명, 2015년 7월 약 231만명 등 급증하고 있다. 전체 운전자 중 노인 비중도 2011년 5.33%에서 2015년 7월 7.7%까지 높아졌다.
뒤늦게 정부도 노인 운전자에 대한 관리 강화에 나섰지만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교통안전공단은 6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신체기능 변화 등을 체감할 수 있는 3시간짜리 교통안전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의무참여가 아니다. 또한 정부는 올해부터 버스 운전기사의 경우 65세 이상은 3년마다, 70세 이상은 매년 ‘운전적성정밀 자격유지검사’를 받도록 했지만 고령 운전자 비중이 높은 택시 운전기사는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 일반인 운전자에 대해서는 10년인 운전면허 갱신기한을 65세 이상부터는 5년으로 단축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로는 인지 및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고령 운전자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일본에서는 택시의 경우 65세 이상은 개인택시를 타인에게서 받을 수 없으며 75세 이상은 개인택시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 수 없다. 운전면허 갱신주기도 70세 미만은 5년이지만 이후에는 3년으로 단축된다.
뉴질랜드는 80세가 되면 기본적으로 운전면허를 자동 말소시킨다. 80세 이상이 운전을 하려면 고령자 대상 운전면허시험을 2년마다 치러야 한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면허갱신을 위한 적성검사 때 인지기능검사를 도입하는 등 노인 운전자에 대해서는 보다 정밀한 검사를 해야 한다”며 “아울러 70세 이상 운전자에 대해서는 갱신기간을 추가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