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의 증시브리핑]오너처럼 생각하기②

by김인경 기자
2015.01.14 07:51:02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대소동이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사장의 현대글로비스(086280) 지분 블록딜은 하루 만에 실패로 돌아갔고 13일 시장은 끙끙 앓았다.

전날 개장 직전 정 회장 부자의 블록딜이 무산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매각하려 했던 현대글로비스 지분 규모가 워낙 방대한데다 세부 조건이 맞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불발과는 상관없이 시장은 오너 일가가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팔려고 했다는 시도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팔려는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생각보다 적었던 것이다.

결국 13일 현대글로비스는 하한가로 추락했다. 반면 현대모비스는 전거래일보다 11.55%(2만7500원)오른 26만5500원으로 마감했다.

애당초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부사장의 지분이 31.8%에 달하는 만큼, 2세 승계 과정에서 프리미엄을 받을 것이라 예상됐다. 반면 현대모비스는 정 부사장의 지분이 없어 지배구조 개편시 별 다른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 평가받았다.

무산된 블록딜이라 해도 오너가 현대글로비스를 팔아 자금을 마련하려던 모습이 전개되자 그간의 시나리오는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프리미엄이 꺼진 현대글로비스의 하락에 오너 지분이 높은 제일모직과 삼성SDS, 그리고 SK C&C 등 ‘지배구조 수혜주’도 줄줄이 폭락했다.

제일모직은 전거래일보다 6.44% 하락한 13만8000원에, 삼성SDS는 8.65% 내린 26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 C&C 역시 7%대 약세였다.

그러나 냉정히 시장을 보면 오너의 시선을 따르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을 위해서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늘려야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또 현대글로비스의 가치를 높여서 자금을 확보해야한다는 것 역시 그대로다.

여의도에서 나오는 갖가지 설 중 특정 시나리오에 배팅을 할 필요는 없지만 오너 지분이 높은 종목에 눈길을 돌리는 것은 여전히 손해 보지 않는 방법이다. 한국에서 기업은 여전히 총수 일가가 불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기 마련이다.

이번 이슈로 약세를 보이는 오너 지분이 높은 종목에 대해 매수에 나서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단기적인 출렁임이 정점에 도달할 이달 말께 실적 시즌을 노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