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위안화 가치 하락에 韓 수출기업 비명.."중장기 대책 시급"

by성문재 기자
2014.10.05 11:00:00

엔화 약세·위안화 절하 지속..수출 채산성 악화
R&D투자 확대, M&A 등 중장기 경쟁력 향상 필요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엔화, 위안화 등 주요 수출 상대국 통화 가치하락으로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이 타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환율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중장기적인 수출경쟁력 향상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5일 ‘엔저와 우리 수출입 동향 및 영향’ 보고서를 통해 “엔저(低)에 따른 단기적인 수출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향후 일본 기업들이 본격적인 수출단가 인하를 단행할 경우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원-엔 직거래 시장 개설, 한일 기술협력, 일본기업 인수·합병(M&A) 등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협은 같은 날 발간한 ‘중국 위안화 환율 상승원인과 영향’ 보고서에서 “매년 3%대 하락(위안화 가치 절상)을 지속해오던 위안/달러 환율은 올해 상반기 큰 폭으로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했다”며 “우리 대(對)중국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하락해 환율 변동에 민감한 자동차, 철강, 전자, 석유화학 품목 등의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고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품목의 대일본 수출 동향(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 자료: 한국무역협회)
올 1~9월 중 우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지만 대일본 수출은 지난 2012년 2.2%, 지난해 10.7% 각각 감소한데 이어 올 1~8월에도 4.3% 감소했다.

보고서는 “특히 석유제품(-19.0%), 무선통신기기(-14.0%), 반도체(-13.6%), 금은 및 백금(-11.5%) 등에서 부진이 두드러졌다”며 “대일 수출기업들은 채산성 악화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일본기업들은 해외생산 확대, 수익성 중시, 과거 엔고 학습 효과, 고급브랜드 이미지 유지 등의 이유로 수출단가 인하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향후 일본기업들이 수출단가 인하에 나설 경우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1년간 원/위안 환율 변화(자료: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무협은 국내 수출기업들이 엔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중국 위안화 약세와 변동성 확대로 대중국 수출도 감소하고 채산성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공시하는 위안·달러 환율은 지난 6월 3일 6.1710위안까지 상승했다. 올들어 기록한 최저치다. 여기에 원화 절상 현상이 맞물리면서 원·위안 환율은 지난 7월 4일 162.52원으로 올초 고점(179.25원) 대비 9.3% 하락했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연말까지 위안화 가치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위안화 환율 변동성은 우리의 대중국 무역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보고서는 “하반기에 위안화가 소폭 절상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연말 기준 지난해보다 절하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환율변동에 민감한 자동차, 철강, 전자, 석유화학 등의 대중 수출이 감소하고 대중국 수출기업들의 채산성도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우리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는 최대 수출대상국이자 최대 수입대상국이다.

무역협회는 단기적인 환율 변동 대응 노력과 함께 근본적인 경쟁력 향상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원-엔 직거래 시장 개설, 환변동보험료 지원 확대 등을 검토해야 하며 기업들 스스로는 고품질의 일본산(産) 핵심 자본재를 활용한 품질 제고, 한일 기술협력 및 우수 기술 구매, 일본기업 M&A, R&D 투자 확대 등 보다 중장기적인 수출경쟁력 향상 노력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이봉걸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달러대비 위안화가 절상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과거와 같은 일방적인 절상을 기대하기 어렵고 단기적으로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며 “대기업보다 환율 변동성에 취약한 중소기업들이 환율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위안화 환율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고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