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태현 기자
2011.08.17 08:26:44
"구글 모토로라 인수, LG에 악재 우려"
3D TV 시장 성장세 느려…원자재 가격 상승에 가전도 부진
[이데일리 조태현 기자] LG전자(066570)가 연이은 악재에 시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 이어진 극심한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시점에서 악재가 연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 LG전자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실적 개선 시점이 애초 예상보다 더욱 미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휴대폰과 셋톱박스 등을 생산하고 있는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총 125억달러(한화 약 15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별도의 사업부로 경영할 계획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를 탑재해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는 글로벌 휴대폰 제조사엔 촉각을 곤두세울만한 소식인 셈이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005930)보다 LG전자에 단기적인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총 1260만대의 제품을 판매해 글로벌 4위 자리에 올라선 바 있다. 2분기에는 2000만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1위 애플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이미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셈.
반면 LG전자는 지난 2분기 글로벌 주요 제조사 중 가장 가파른 출하량 증가세를 보였으나 점유율은 6% 수준에 머물렀다. 아직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하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신규 서비스 등의 개발 기회를 모토로라에 먼저 부여한다면 모토로라를 추격하고 있는 LG전자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이순학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이미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반면 LG전자는 이번 인수에 따라 안드로이드 `빅3`에 진입하기 힘들어졌다"고 평가했다.
LG전자를 둘러싼 악재는 휴대폰 뿐만이 아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취임 이후 LG전자의 첫 반격의 수는 `시네마 3D TV`였다.
시네마 3D TV는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이 공동 개발한 FPR(편광안경방식) 패널을 탑재한 제품. 기존 셔터글라스 방식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상당한 판매 호조를 보일 것으로 LG전자는 기대해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판매량 등에서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NPD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LG전자의 북미 3D TV 시장 점유율은 8%에 그쳤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54.5%에 달했다.
LG전자 3D TV의 부진은 아직 삼성전자 등 셔터글라스 3D 방식 진영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외부적인 요인도 영향을 줬다고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바로 선진시장을 포함한 전반적인 TV 시장의 극심한 침체. 3D TV 시장 역시 콘텐츠 부족 등의 이유로 아직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LG전자 HE(홈 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5.4% 줄어든 5조4199억원에 그쳤다.
여기에 동(銅)을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그동안 LG전자의 캐시카우(성장률은 낮지만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역할을 해왔던 가전과 에어컨 사업 역시 부진한 상태다.
사태가 이러니 LG전자 내부에선 `반격을 해보려고 하면 악재가 터져 나온다`는 한숨이 들려올 만 하다. 실제로 구본준 부회장이 지난해 LG전자의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됐지만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1592억원에 그쳤다. 아직까진 쏟아지는 외부 악재에 CEO(최고경영자) 교체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이러한 외부 악재에 따라 LG전자의 실적 개선 속도가 애초 기대보다 느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도현 LG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최근 "3분기 실적은 2분기에 비해 다소 악화될 전망"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