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銀 매각, 이명박정부에 `금산분리 완화` 구실"-FT

by정영효 기자
2008.01.09 08:31:24

산업銀/대우證 매각價 지나치게 높아 `인수群 제한적`
"재벌의 은행소유 금한 규정 완화할 `완벽한 변명거리` 제공"
"외국계·국내 투자자 모두에게 한국 매력 떨어질 것"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산업은행(KDB)과 대우증권의 매각이 이명박 정부에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하는 구실을 마련해 줄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현지시간) 분석했다.

FT는 `한국 매물(Korea for sale)`이라는 렉스 칼럼을 통해 미국계 헤지펀드 론스타의 헐값 인수 이후 해외 투자자에 대해 적대적이었던 한국의 분위기가 변하면서 대형 매물이 잇따라 출회될 계획이라고 전했다.

FT는 산업은행/대우증권(006800)과 대우조선해양(042660), 현대건설(000720) 등을 대표적인 매물로 소개하면서 특히 친기업 성향의 이명박 정부가 이들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장려할 것이라는 기대가 한국내 팽배해 있다고 설명했다.

FT는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관료들의 저항을 뿌리치고 이들 기업을 처분하는데 성공한다하더라도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150억달러로 추산되는 산업은행/대우증권의 매각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인수 후보군을 제한하고 있는 것을 그중 하나로 꼽았다. 매각 가격이 한국 주식시장 2~3일치 거래 규모에 달하는 만큼 웬만한 자금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인수전에 뛰어들 수 없다는 것이 FT의 설명이다.

FT는 씨티그룹과 스탠다드차타드가 이미 한국계 시중은행을 인수했고,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예정에 있는 만큼 외국계 은행들은 산업은행/대우증권을 사들일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시중은행들마저 인수에 난색을 표명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재벌의 은행 소유를 금하는 규정을 완화할 수 있는 `완벽한 변명거리(perfect excuse)`를 갖게 되는 셈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이 경우 한국의 매력은 외국계 투자자와 국내 투자자들 모두에게 있어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