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편한 엄마’ 되려고 맘편한세상 이직했죠”
by김경은 기자
2024.10.17 05:32:00
■연중기획-저출산 시대,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
가정·육아도우미 연결 ‘맘시터’ 운영 스타트업
시차출퇴근제·시터 지원비 등 통해 일·육아 모두 성공
에이치앤아비즈, 육아지원 관련제도 100% 준수
[이데일리 김영환 김경은 기자] “2015년에 첫 아이를 낳았을 때는 시터 모집도, 어린이집 등록도 어려워 친정엄마한테 애를 떠밀다시피 하고 직장에 나왔어요.”
15년차 직장인이자 10살, 7살 등 두 아이를 둔 정모 씨는 첫 아이를 낳았을 때를 떠올리면 눈물부터 나온다고 했다. 지금은 이직한 직장 ‘맘편한세상’에서 사내 아이돌봄비 지원을 통해 3년째 시터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첫 아이 때는 제대로 양육하기가 어려웠다.
정 씨는 “당시 아이돌봄 시장의 정보 불균형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맘편한세상에 이직한 뒤 맘시터를 이용하며 고충을 덜었다”며 “아이 걱정 없이 오롯이 일에 집중할 수 있어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맘편한세상 사옥 전경. 입구에 ‘일하며 아이키우기 좋은 맘편한세상을 만듭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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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설립된 맘편한세상은 ‘일과 육아를 모두 잘하고 싶은 부모가 마음 편한 세상’을 만든다는 목표로 출발한 스타트업이다. 가정과 육아도우미를 연결하는 아이돌봄 플랫폼 ‘맘시터’가 대표적인 사업모델이다.
맘편한세상은 사내에서부터 ‘일하며 아이 키우기 좋은 맘편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 씨가 이직을 결심한 이유이기도 하다. 0세부터 10세 이하 자녀를 둔 직원이라면 누구나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매월 30만원의 돌봄비를 지원한다.
부모가 아이의 등원(등교)나 하원(하교)를 챙길 수 있도록 오전 8~11시 사이에 자유롭게 출근하는 ‘시차출퇴근제’도 운영 중이다. 별도 승인 없이 사용하는 ‘1분 단위 휴가제도’를 통해서는 직원들이 아이 병원 방문, 학부모 상담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맘편한세상은 직원(30여명)의 40%가 육아 관련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10년차 직장인이자 4살 아이의 엄마인 김 모 씨도 이같은 제도와 비전을 보고 맘편한세상으로 이직을 결정했다. 그는 “아이 하원 시간인 오후 4시부터 시터(아이돌봄 전문가)가 3시간 30분 정도 아이를 맡는다”며 “한 달에 시터 고용에 90만~100만원이 들지만 30%를 회사가 지원해줘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일가정 양립’은 비단 스타트업 같이 작은 조직에서만 일어나는 변화는 아니다. 의료기기 제작 및 판매 사업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제조업’ 회사인 에이치앤아비즈 역시 가족친화적인 회사로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황재숙 에이치앤아비즈 지원팀 과장은 지난 2016년 인사팀으로 재직 중이던 당시, 장기근속하던 여직원이 ‘육아휴직을 쓸 수 없을 것 같다’는 이유로 퇴사 의사를 밝히면서 다양한 육아제도 정착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회사 임직원의 평균 연령이 36.4세, 20~30대 직원 비중이 73.4%나 되는 상황에서 가족친화적 조직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황 과장은 “육아제도 정착의 시작은 법 제도의 100% 활용”이라며 “임신기·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법으로 사용 가능한 제도는 직원이 원하는 만큼 쓸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했다. 이어 “임신기에는 업무를 조정해 주고 휴식시간을 제공했고 가족들과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정시퇴근 문화를 정착시켰다”고 덧붙였다.
또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업무집중제를 운영해 불필요한 야근을 없애는 데 노사가 합심했다. 초과근무 사전승인제도로 팀장 결재 없이는 야근도 할 수 없는 문화가 제도화됐다. 에이치앤아비즈는 현재 야간조 생산팀 등 특정부서를 제외하고는 80% 이상 임직원들이 정시 출퇴근을 지키고 있다.
| 맘편한세상이 일가정 양립 우수기업으로 인정받아 다양한 기관에서 수상한 상장 및 상패. (사진=맘편한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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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다양한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보다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워킹맘·워킹대디들은 입을 모은다. 기업에 일·가정 양립 문화를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것.
정씨는 “가족친화인증 기준에는 학자금이 포함돼 있지만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돌봄은 인정 기준이 아니다”라며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돌봄 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시가 올해부터 시작한 ‘중소기업 워라밸 포인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제도는 출산축하금, 시차출퇴근제와 같은 출산·양육친화제도를 시행하는 중소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업의 자발적인 동참을 이끌어내는 정책이다.
육아휴직 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황 과장은 “육아휴직을 공무원처럼 3년까지 늘려주면 아이를 키우는데 무척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기업들의 인력 부족은 정부에서 퇴직자 재임용 등을 통해 지원하면 부모들이 마음 편하게 아이를 양육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