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공정위 온플법 움직임에…IT업계, 커지는 우려
by한광범 기자
2024.06.23 10:24:56
野, 22대 첫 온플법 발의…쿠팡 제재 입법동력 삼나
"총선 핵심공약"…국회 정상화되면 본격 논의 방침
공정위원장 "계속 추진"…IT업계 "왜 족쇄 채우나"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온플법)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입법 논의를 사실상 중단했던 공정거래위원회도 여론 수렴을 재기하고 나선 상태다. 이 같은 움직임에 IT업계에선 ‘과잉규제 입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23일 정치권과 IT업계에 따르면 민주당 내부에선 온플법 입법을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21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기존에 발의된 법안들이 모두 폐기된 상황에서 다수 의원들이 온플법 법안을 발의하거나 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첫 스타트는 오기형 의원이 끊었다. 오 의원은 지난 12일 민주당 의원 19명이 이름을 올린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독점규제 및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는 “온라인 플랫폼 산업이 확대되는 만큼 경쟁질서를 저해하는 행태를 방지하고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며 “공정경쟁과 상생을 도모를 위해 22대 국회에서 꼭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온플법 발의를 준비 중인 의원들도 다수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큰 틀에선 오기형 의원안과 비슷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에서 조금씩 다른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상임위원회에서 온플법 논의 방향에 따라 법안들을 합치거나 일부 법안을 폐지하는 식의 교통정리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온플법이 총선 공약인 만큼 조속히 관련 입법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정무위원회에 배정된 민주당 의원들은 온플법을 당론으로 추진한다고 공언한 상태다. 정무위는 공정위 소관 상임위로서 온플법 관련 심의를 주도하게 될 예정이다. 위원정수 24명 중 야당(민주당 14명, 조국혁신당 1명, 사회민주당 1명)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 원 구성 파행이 마무리돼 국회가 정상화되면 정무위를 중심으로 온플법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쿠팡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온플법 입법 동력으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내부에서 진보적 입법 논의를 주도한다는 평가를 받는 ‘을지로위원회’도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제재를 계기로 온플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을지로위는 의원 100여명이 가입했을 정도로 민주당 내부에서 정책 영향력이 막강하다.
민주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 더해 공정위도 자체적으로 추진하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에 대한 추진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월 플랫폼법과 관련해 ‘사전지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후 대안마련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혀, ‘원점 재검토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플랫폼법 입법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플랫폼법을) 계속 추진하고 있으며 사전지정제를 포함해 여러모로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시장 환경이나 통상 이슈를 종합적으로 살펴서 가장 바람직한 내용으로 검토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공정위의 이 같은 움직임에 IT업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앞서 7개 벤처·IT단체 모임인 디지털경제연합은 지난해 12월 공동성명을 통해 온플법과 플랫폼법에 대해 “토종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을 원천 봉쇄하는 사약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벤처·IT업계는 입법 움직임이 잠잠했던 야당과 공정위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입법 움직임에 나오는 모습에 당혹스러운 모습마저 보인다. 한 IT단체 관계자는 “공정위가 2월 ‘의견수렴’을 밝힌 후 안심하고 있었던 측면이 있었지만, 최근 움직임이 급박하게 흘러가는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지난 19일 7개 벤처·IT단체 모임인 디지털경제연합 토론회에서 “AI와 같은 혁신 기술이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점에 모두가 자국 플랫폼을 육성·보호하는 정책을 펴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라며 “전 세계가 글로벌 패권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자국 플랫폼에 굳이 족쇄를 채울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