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기관장 공백…중기부를 대하는 정부의 자세[생생확대경]

by김영환 기자
2024.04.30 06:05:00

중기옴부즈만·KVIC·창진원·중기연구원 등 공백 길어져
총선 이후 국민의힘 완패에 공석 사태 길어질 우려도
고금리·고물가 속 악화하는 민생경제…수장 인선으로 민생부터 챙겨야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올해 9월에나 인선이 이뤄질 것 같네요.”

지난 4·10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중소기업계 관계자가 내놓은 푸념이다. 낙선한 인사들이 많아 공공기관장 인사 경우의 수가 복잡해진 데 따른 염려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9일 취임 4개월여를 맞아 ‘중소기업 도약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중소기업 기준 변경 및 신산업 진출 활성화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중기부에는 여전히 톱니가 빠져있다. 수장 공백이 길어지고 있는 산하 공공기관들이다.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 중 한국벤처투자(KVIC), 창업진흥원,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선장 없이 방치되고 있다. KVIC은 5개월, 창진원과 중기연구원은 약 2개월 넘게 원장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무려 8개월 넘게 표류 중이다.

공공기관 기관장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해 공개모집 절차를 거치고 이를 검토해 장관에서 후보자를 추천한다.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위임받은 임용권을 활용해 기관장을 임명한다. 임용권을 위임받았지만 용산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장관이 몇이나 될까.

문제는 KVIC과 창진원, 중기연구원 모두 현재 임추위를 구성조차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모 절차가 통상 3개월 이상 걸린다는 점을 떠올리면 사실상 상반기 내내 주요 공공기관이 ‘장’이 없이 운영될 수밖에 없다.

중기부 장관이 추천해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의결한 뒤 국무총리가 위촉하는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더욱 지리멸렬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덕수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고 대통령실에서 차기 총리 후보군을 모색하고 있어 옴부즈만 인선은 더욱 난항이다.



장관과 부처 직원들이 아무리 동분서주하더라도 일선에서 업무를 해결해야 할 공공기관장의 부재는 중기부 정책 추진에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조직차원에서도 리더십 공백 속에 대다수의 사업이 임시방편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현재 공백이 길어지고 있는 조직의 역할이 작은 것도 아니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중소·중견기업의 불합리한 규제를 발굴해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윤석열 정부 스스로가 총 1027건의 규제를 혁파했다는 자화자찬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차관급 인사다.

국내 벤처·스타트업 자금의 젖줄 역할을 하는 KVIC 역시 한 해 1조원에 달하는 모태펀드 자금 시장에 공급한다. 중기부도 벤처시장의 자금 경색을 우려해 올해는 출자예산 전액을 1분기에 출자했는데 대표가 공석인 탓에 부대표 체제에서 이를 수행했다.

창업저변 확대 및 창업문화조성, 창업 사업화 및 성장지원, 글로벌 진출 등 K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역할을 하는 창진원이나 중소기업의 경영전략과 정책개발을 연구하기 위해 설립된 전문연구평가기관인 중기연구원 역시 역할과 비중이 나날이 확대되고 있는 조직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 99%가 중소기업이다. 모든 정부 정책이 중요하지만 특히 중소기업 정책은 이해당사자가 가장 많아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정책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날이 갈수록 악화하는 경영환경 속에 중소기업, 벤처·스타트업, 소상공인 모두 낭떠러지를 앞에 섰다. 중기 정책을 뒷받침할 산하기관의 공백이 길어지는 건 중소기업을 대하는 정부의 냉대를 볼 수 있는 잣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