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개선 쉽지 않네”…해외서 돌파구 찾는 롯데칠성

by이후섭 기자
2023.10.11 07:30:00

3분기 영업이익 신통찮아…살탕, 농축액 등 원재료값 급등
고환율·고유가 여파도…"원부자재 가격 인상 요인만 수두룩"
올해 해외진출 ‘드라이브’…매츨 1조 필리핀펩시 경영권 획득
국제 식품박람회도 첫 참가…동남아·유럽 등 시장 확대 안간힘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롯데칠성(005300)음료가 해외진출 확대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 연매출 1조원 규모의 해외 음료업체 경영권을 획득하고, 국제 식품 박람회에도 처음으로 참가하며 유럽 등 신규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13년 만에 ‘필리핀펩시(PCPPI)’의 경영권을 독자적으로 확보했다. 필리핀펩시의 산토토마스 공장 생산라인.(사진=롯데칠성음료)
11일 증권가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시장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IBK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 등은 롯데칠성음료의 3분기 영업이익이 810억원대 초반으로 컨센서스(877억원)에 다소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음료와 주류 부문 모두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7~8%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시장 눈높이를 충족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당류, 농축액 등 수입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여파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 설탕 가격은 최근 두 달 연속 오르며 약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태국과 인도 등 주요 생산국에서 엘니뇨로 인한 건조 기후 영향으로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오름세를 유지했다.

실제 롯데칠성음료의 원재료 구매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당분류 및 첨가물 가격은 ㎏당 1145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7% 올랐고, 농축액은 71.4% 급등했다. 국제 설탕 가격 상승이 국내 제당업체를 거쳐 몇 개월의 시차를 두고 영향을 주는 점을 고려하면 3분기 뿐만 아니라 올 4분기에도 당류, 농축액 구매단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렌지 농축액 등 과실 농축액, 각종 향료 등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 환율, 유가 변동에도 타격을 입었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60원을 돌파하는 등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1400원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비상이다. 여기에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물류비 상승 여파도 덮쳤다.

주류 부문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주정가격이 오른 실정이다. 10개 주정회사가 공급하는 주정을 국내에서 독점 유통하는 대한주정판매는 지난해 10년 만에 주정값을 7.8% 올렸고, 지난 4월에도 평균 9.8% 올렸다. 이에 수익성 악화를 면하기 위해 맥주에 이어 소주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이 모두 인상될 요인만 수두룩한 상황”이라며 “국내에서는 더이상 음료·주류 등의 수요가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해외 시장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10월 7~11일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식품박람회 ‘아누가(ANUGA) 2023’에 마련된 롯데칠성음료 부스 조감도.(사진=롯데칠성음료)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롯데칠성음료는 ‘필리핀펩시(PCPPI)’의 경영권을 13년 만에 독자적으로 확보하면서 주력 제품의 동남아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향후 필리핀펩시에서 밀키스, 처음처럼, 새로 등 자체 음료 및 소주 브랜드를 현지 생산해 유통할 계획이다.

당장 실적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올해 1조원 가량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필리핀펩시의 실적은 올 4분기부터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된다. 올 상반기 기준 7.7% 수준이었던 해외매출 비중을 내년에는 수출 실적을 포함해 30% 후반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10명 내외의 인력을 파견해 필리핀펩시의 경영 개선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유럽시장에 집중하기 위해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국제 식품 박람회 ‘아누가’(Anuga)에도 처음 참가했다. 올해 1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모여들 것으로 예상되는 아누가에서 주력 수출 상품인 밀키스, 처음처럼 뿐만 아니라 신제품 새로, 별빛청하 스파클링 등도 알리며 수출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선 것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내부에서 변화가 느껴질 정도로 올해 해외진출 확대에 굉장히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며 “동남아를 비롯해 유럽, 미국 등에서 우리가 진출할 수 있는 곳은 다 접촉해보고 있다. 해당 국가의 대형마트 등 주요 판매채널을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