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연호 기자
2023.03.27 08:05:01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쇠구슬이 실제 어디까지 날아가나 호기심에 쐈다”
최근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한 고층아파트에서 새총으로 쇠구슬을 쏴 이웃집 유리창을 깨뜨린 60대 남성이 경찰에서 한 말이다.
새총 관련 사건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다. 새총이 소규모 도심 테러의 도구로 심심찮게 등장한 지는 이미 오래다. 총포나 도검 등에 비해 느슨한 규제와 현장의 단속 역량 부족 등의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그 위력은 가공할 만한 수준이라는 점, 최대 약 100미터까지 날아가는 특성 탓에 뚜렷한 증거를 남기지 않는 한 범죄자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 등의 까닭에서 새총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2015년 새총 관련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청사 내 사격장에서 새총 강도를 직접 실험했다. 그 결과 10mm 두께의 강화 유리가 완전히 파손됐고 맥주캔은 관통됐다. 새총으로 쇠구슬 탄환을 발사할 경우 속도는 시속 200km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 2016년 새총을 이용한 범죄가 지속 증가하자 인명을 살상할 우려가 있는 개량 새총을 불법화하는 내용으로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총단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도르래나 스프링이 장착돼 살상 능력이 강화된 새총은 제조·판매와 소지 모두 금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2019년 9월부터 신설 시행된 총단법 제11조 2항과 시행령 제13조는 격발 장치나 지지대 등의 장치가 부착된 새총만을 금지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이 같은 경우에도 관할 경찰서장의 승인을 전제로 여러 예외 조항을 뒀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지금의 총단법은 총단법 개정 당시 ‘과잉 규제’라는 지적을 수용해 일정 부분 타협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새총의 위력이 날로 커져 어느덧 총기와 비슷한 수준까지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범죄자들이 총기와 비슷한 효과를 내면서도 사실상 규제가 없다시피 한 새총의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인터넷 새총 카페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전자상거래·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싸게는 몇천 원에서 비싸게는 수십 만 원만 지불하면 누구나 새총을 손쉽게 획득할 수 있다. 개량이나 제작도 조금의 열의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할 정도로 구조도 간단하다. 특히 법에서 금지하는 격발 장치가 부착된 새총도 버젓이 판매되고 있을 정도로 관리가 허술한 실정이다. 격발 장치가 있어도 발사체의 운동에너지 기준만 초과하지 않으면 되는 허점을 이용한 셈이다.
경찰은 해마다 시민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새총 범죄가 계속 발생하고 있음에도 별도의 통계조차 관리하지 않고 있다. 또 새총에 비해 살상력이 큰 모의 총기 등의 단속에 집중하느라 새총에 대한 단속은 허술한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새총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범죄자의 잘못이지 새총의 잘못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그렇게 따지면 위험한 물건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논리다. 이 역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새총이 자주 범죄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면 규제 강화를 통해서라도 범죄율을 낮추려는 노력쯤은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요즘 새총이 새 등을 잡거나 쫓는 용도로 만들어진 실제 용도로 쓰이는 경우는 사실상 드물다. 법과 제도는 결국 사람의 필요에 따라 바뀌는 것이다. 득보다 실이 크다면 충분히 바꿀 명분이 있다. 새총 규제 강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