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온·팬텀AI와 'K-AI얼라이언스'…SKT, 글로벌 빅테크와 AI 경쟁

by함정선 기자
2023.02.27 08:00:00

SKT, AI컴퍼니 변신 가속화 위해 기술 기업들과 동맹 나서
AI반도체, 비전AI 테크 등과 얼라이언스 구축
보안, 헬스케어 등 산업별 AI서비스로 글로벌 시장 진출
기술 넘어 '서비스' 내세워 빅테크와 경쟁

[(바르셀로나)스페인=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SK텔레콤이 AI반도체 기업 ‘사피온’, 비전 솔루션 기업 ‘팬텀AI’ 등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AI 테크 기업들과 동맹을 맺고 글로벌 빅테크와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다.

통신 기업인 SK텔레콤이 ‘AI컴퍼니’로 거듭나고 국내 통신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로 진출하기 위해 ‘K-AI 얼라이언스’를 구축, 소비자가 직접 경험하고 확인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경쟁력으로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

유영상 SKT 사장은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AI 기반이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약한 것이 사실”이라며 “SKT와 실리콘밸리의 한국계 스타트업 등이 힘을 더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자고 결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SKT는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모바일 기술 박람회인 ‘월드모바일콩그레스23(MWC23)’를 SKT의 AI 기술을 세계에 알리는 무대로 삼기로 했다. 챗GPT와 같은 생성AI가 ‘기술’을 보여줬다면 SKT는 AI 기술을 이용해 개인의 삶과 산업 생산성까지 바꿀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SKT가 내건 슬로건은 ‘AI to Everywhere(AI를 모든 곳에)’다.

유영상 SKT 사장이 지난 26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AI 얼라이언스’ 구축 등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사진=SKT)
SKT가 택한 차별화 전략은 ‘동맹’이다. 글로벌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함께 AI 관련 서비스를 개발해 산업을 바꿀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

이를 위해 SKT는 AI반도체 기업인 ‘사피온’을 비롯해 실리콘밸리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비전AI 기업인 ‘팬텀AI’, 클라우드 기업인 ‘베스핀글로벌’, 머신러닝 광고 플랫폼 기업인 ‘몰로코’, 언어부터 영상, 음성 등 AI 기술을 확보한 ‘코난테크놀로지’, 업무용 솔루션 기업 스윗과 AI 시각보조 음성 안내 앱을 제공하는 ‘투아트’와 K-AI 얼라이언스를 구축했다.

특히 SKT가 투자와 제휴 등을 진행한 스타트업들은 AI 열풍과 함께 기업가치가 빠르게 치솟고 있다. 사피온은 지난해 SKT를 비롯해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 등이 800억원의 투자를 진행했는데, 올해 기업가치가 5000억원까지 올랐고, 베스핀 글로벌은 3년 전 투자 이후 곧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코난테크놀로지도 투자 3개월 만에 기업가치가 8배 이상 뛰었다.

SKT는 자체 AI 기술을 비롯해 K-AI 얼라이언스와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AI 서비스를 선보이며 새로운 AI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유 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모든 서비스를 챗GPT 등 AI 서비스와 연결하라고 했다”며 “SKT도 AI컴퍼니로서 모든 서비스와 사업에 AI를 접목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SKT는 AI 챗봇인 ‘에이닷’을 필두로 한 언어생성AI 분야 공략을 강화하는 한편, 도심항공교통(UAM)과 자율주행, 로봇과 메타버스 등 5개 분야에서 AI 서비스를 선보일 전략이다.

이 중 SKT가 AI 서비스의 중심으로 보고 있는 에이닷은 서비스 고도화에 나서는 한편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도 준비한다. 이를 위해 MWC23에서는 처음으로 에이닷의 장기기억 서비스를 시연하기로 했다.



에이닷은 단순히 질문에 답을 하는 챗GPT와 달리 개인의 질문을 기억해 다시 알려주는 ‘개인화AI’라는 점이 특징이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AI솔루션 영역으로 진출한다. 최근 지분 투자한 팬텀AI의 소프트웨어(SW)와 사피온의 AI반도체를 활용해 완전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하는 솔루션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UAM 분야에서는 AI 기술을 도입한 다양한 서비스를 MWC에서 선보일 전략이다. AI 기술을 이용해 궤적을 예측하고 충돌, 출도착 등을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이다. 로봇 분야에서는 모바일 분야 오랜 파트너인 퀄컴과 협력, AI 시대 물류 등 특화 분야에서의 산업용 로봇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 함께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도 이어가기로 했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이프랜드’를 개선, 오는 4월에는 ‘메타버스의 싸이월드’ 개념을 표방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전략이다.

내 마음대로 꾸미는 공간, 라이프 로깅 등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와 함께 코인 등 메타버스 내 경제시스템 서비스 제공도 처음 시작할 예정이다.

유 대표는 “언젠가는 AI와 메타버스가 궁극적으로 하나로 합쳐진 새로운 세계 ‘아이버스’가 열릴 것”이라며 “AI로 가상공간을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고, 에이닷과 이프랜드를 통해 이 같은 서비스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조형기 팬텀AI 대표, 류수정 사피온 대표,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유영상 SKT 사장, 안익진 몰로코 대표, 양승현 코난테크놀로지 CTO, 이주환 스윗 대표, 조수원 투아트 대표
이와 함께 SKT는 AI기술이 산업 전반에 적용될 수 있도록 K-AI 얼라이언스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보안부터 헬스케어, 광고와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사업에서 SKT와 K-AI 얼라이언스 파트너가 함께 서비스를 발굴, 개발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SKT는 ‘몰로코’의 AI·러닝머신 기술을 접목해 통합광고 플랫폼을 론칭하는 등 시장을 확대하고 있고, 업무용 솔루션 기업 ‘스윗’과도 기존 서비스 융합, AI 기술 고도화 등에서 긴밀하게 협력 중이다.

또한 SKT는 보유한 언어생성AI와 비전AI 등 기술을 이용해 돌봄, 사회 안정망 등 영역에서 서비스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AI 기반 시각보조 음성 안내 서비스 ‘설리번플러스’를 출시한 ‘투아트’ 등 AI ESG 스타트업들과도 다양한 협력을 진행 중이다.

특히 SKT는 AI가 궁극적으로 SKT의 모든 서비스와 연결돼 SKT의 고객들이 단말기 선택부터 요금제 결정까지 모든 과정을 AI를 통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 사장은 “SKT 고객이 에이닷 서비스만 이용하면 질문 하나로 요금제 가입부터 단말기 구매까지 다 할 수 있고, 미디어 분야에서도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며 “미디어 분야에서도 모두 같은 콘텐츠를 보는 것이 아니라 AI를 통해 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