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쇼어링 덕분에…美, 올해 새 일자리 35만개 늘어날것”

by김윤지 기자
2022.08.21 10:55:03

美‘리쇼어링이니셔티브’ 자료 인용
2010년 집계 이후 최대치…코로나·전쟁 영향
기업 줄줄이 투자 발표…“단 자동화 될것”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리쇼어링(해외 생산시설의 국내 복귀)으로 올해 미국에 35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반도체 칩과 과학 법(CHIPS and Science Act)’에 서명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AFP)


2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로비단체 리쇼어링이니셔티브를 인용해 이처럼 보도했다. 이는 해당 단체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10년 리쇼어링으로 증가한 미국 내 일자리는 6000개 수준이었으나 2017년 18만9000개로 대폭 늘어났다. 2019년 다시 11만개 수준으로 줄었으나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지난해 26만5000개 일자리가 새로 생겨났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주식 투자전략가인 질 캐리는 “리쇼어링은 장기적인 추세가 될 것”이라면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이 같은 흐름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BoA 집계에 따르면 이번 2분기 기업 실적 발표에서 ‘리쇼어링’이란 단어는 2019년 2분기보다 12배 가까이 언급됐다.

WSJ은 지난 30년 동안 세계화가 미국 기업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으나, 코로나19 대유행,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전 세계가 공급망 혼란을 겪으면서 기업들이 자국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고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를 둘러싼 중국·대만 간의 갈등 가능성도 이에 영향을 미쳤다. 탄소 배출에 대한 높아진 관심 또한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생산되는 공급망 선호 현상에 일조했다.



미국 정부도 기업들의 리쇼어링을 독려하는 분위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다. 둘 다 미국 내 제조시설을 건립하는 경우 세금 공제 및 기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최근 한달 사이 다수 기업들이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투자 계획을 밝혔다. 미국 아이다호에 본사를 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400억달러(약 53조원)를 메모리 반도체 제조와 제조 설비 확장에 투자할 계획이며, 한국 기업인 SK그룹도 켄터키와 테네시의 새로운 포장 시설, 전기 자동차 충전 시스템 및 수소 생산에 220억달러(약 29조원)를 신규 투자하기로 했다.

다만 이 같은 변화를 미국 블루칼라(육체노동) 노동자의 ‘승리’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BoA에 따르면 기업들의 자본 지출 증가는 많은 기업들이 미국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면서 인건비가 비싼 미국 노동자 채용 대신 자동화 장비나 기술로 대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리쇼어링이니셔티브의 해리 모저 회장은 “기업들이 일자리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면 인건비가 3~5배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따라서 자동화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