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조 투자 밑그림 내놓은 이재용, 현장 경영 행보 '주목'
by배진솔 기자
2021.08.27 08:00:00
추석 연휴로 재판 2주간 휴정…이재용, 다음 달 현장 경영 나설듯
아직 공개 행보 자제…첫 행선지 반도체 또는 바이오사업장 추정
美파운드리 공장 설립 후보지 또는 모더나 본사 출장 가능성도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다음 달 추석 연휴를 전후로 본격적인 현장 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가석방으로 출소한 후 공개적인 외부 활동 없이 현안 보고를 받는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은 최근 이 부회장의 결정을 통해 3년간 반도체·바이오 등 신사업에 240조원 규모의 역대급 투자 밑그림도 내놨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첫 행선지로 반도체 또는 바이오사업장을 예상하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네덜란드 ASML 공장을 찾아 극자외선(EUV) 생산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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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다음 달 17일부터 재판이 재개되는 30일 이전까지 약 2주의 시간이 생긴다. 추석 연휴로 매주 열리던 재판이 한 주 휴정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과거에도 설이나 추석 등 명절 연휴를 활용해 해외사업장 점검이나 주요 거래처 만남을 위해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3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을 때에도 한 달 넘게 내부 회의를 거친 후 유럽과 캐나다를 방문한 뒤 귀국했다. 이후 이 부회장은 같은 해 5월 중국, 6월 일본, 7월 인도, 9월 유럽을 둘러봤다. 이 부회장 출소 후 한 달에 한번 꼴로 해외 출장길에 오른 셈이다.
앞선 사례와 비슷하게 이 부회장 지난 13일 출소 직후부터 공개 행보를 자제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비공개로 수차례 삼성 계열사 사장단을 만나거나 화상회의 등을 진행하며 투자·고용 계획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자택 또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 출근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이 부회장의 업무 일정은 외부로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7일간의 수감기간 동안 미처 파악하지 못한 회사와 글로벌 경제 상황을 먼저 살펴보며 조용히 현장 경영길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이달까지 매주 이어지는 남은 재판 일정 등 개인적인 업무를 소화해야 하고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석방 특혜, 취업제한 논란 등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의 공식적인 모습은 지난 19일과 26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에 출석한 것이 전부다.
재계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시기와 행선지, 방문 목적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부회장의 유력 행선지로 삼성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또는 바이오사업장을 꼽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사업 현장을 방문할 것이라는 이유다. 특히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신축 사업장 중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사업장인 평택사업장 제3공장(P3) 현장을 둘러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만 TSMC·미국 인텔 등 반도체 경쟁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등 급박하게 움직이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생산 공장 설립 부지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2030년까지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비전 2030’ 경영 목표 재점검을 위해 뉴욕 등 직접 파운드리 공장 설립 후보지들을 둘러본 뒤 부지 선정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부회장이 코로나19 백신 수급을 위해 바이오 사업장을 찾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 직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백신 위탁 생산라인을 방문해 경영 재개를 알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 부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공장을 찾거나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맡긴 미국 모더나 본사로 해외 출장을 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외부에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고 조용히 경영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과거에도 이 부회장은 명절 연휴를 이용해 시간이 걸리는 해외 사업장을 점검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