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자의 비사이드IT]갤럭시노트 내년엔 나온다지만 그 후엔?

by장영은 기자
2021.03.27 09:30:00

고동진 대표 "갤럭시노트 올해 나오기 어렵다"
삼성 지난해 부진 털기 위해 플래그십 전략에 변화
갤럭시S21 몰아주기…하반기엔 FE·폴더블 투트랙
올해는 시장 테스트…향후 S·노트 단일화 가능성도

때로는 미발표곡이나 보너스 영상이 더 흥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말기와 IT업계를 취재하면서 알게 된 ‘B-Side’ 스토리와 전문가는 아니지만 옆에서(Beside) 지켜본 IT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합니다. 취재활동 중 얻은 비하인드 스토리, 중요하지는 않지만 알아두면 쓸모 있는 ‘꿀팁’, 사용기에 다 담지 못한 신제품 정보 등 기사에는 다 못 담은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갤럭시노트21의 예상 이미지. 여전히 올해 하반기에 갤럭시노트 신작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사진= 레츠고 디지털)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갤럭시노트 시리즈가 단종될 수도 있습니까?” 지난 17일 열린 삼성전자(005930)의 정기주주총회장에서 나온 질문입니다. 저도 궁금했으나 제대로 된 공식 답변을 듣기 힘들었던 사안이어서 귀가 쫑긋해졌던 순간입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주총을 진행했는데요. 코로나19 상황과 소액 주주들의 편리한 주총 참여를 고려한 결정입니다. ‘국민전자’라고 할 만큼 높은 관심을 받는 대장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였던 셈입니다.

이 같은 질문이 주총장에서 나왔다는 건 그만큼 노트 시리즈의 존폐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갤럭시노트는 삼성전자의 플래그십(전략) 스마트폰의 한 축이며, 패블릿(폰+태블릿)의 원조로 꼽히는 모델입니다. 삼성폰 중에서도 가장 충성도 높은 팬층을 거느린 제품이기도 하고요.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주총장에서 질문에 대한 고동진 삼성전자 IM(IT ·모바일)부문 대표의 대답은 “하반기 노트 시리즈 출시는 어려울 수 있다” 였습니다. 올해 노트 신제품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은 것은 아니지만, 공식석상에서 대표이사가 이 정도로 이야기했다는 것은 사실상 내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삼성이 ‘갤럭시노트21’을 내지 않기로 결정한 직접적인 이유는 상반기 플래그십(전략) 모델인 ‘갤럭시S21’ 때문입니다. 지난 1월 출시된 갤럭시S21 시리즈의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S21 울트라’는 ‘S펜’ 기능을 지원합니다. 비록 노트 시리즈 처럼 S펜이 탑재된 것은 아니지만, S펜을 노트가 아닌 다른 시리즈 모델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습니다.

S펜의 확장은 바로 노트 시리즈의 존재 이유데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삼성이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로 ‘갤럭시노트’를 선보였을 당시 노트의 정체성이 대(大) 화면과 S펜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태블릿에서나 쓰던 S펜을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고, 내장형으로 휴대까지 간편하다는 점은 갤럭시노트만의 매력이였습니다.

그러나 갤럭시노트 출시 이후 10년이 지나면서 스마트폰은 점차 대형화됐습니다.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그야말로 휴대용 컴퓨터가 됐기 때문이지요. 업무, 메신저, 동영상, 게임, 심지어 멀티 태스킹까지. 이처럼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선 스마트폰의 화면은 들고 다닐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크면 클수록 좋다는 것이 대세가 됐습니다.



여기서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차별화 포인트가 한가지 사라지게 됩니다. 더 이상 노트가 다른 삼성폰보다 월등히 크지 않게 된 겁니다. 남은 건 손으로 필기를 하거나 사진을 편집하는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S펜이지요. 노트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았던 S펜이 다른 모델로 확장되면서 노트 시리즈의 포지션은 그야말로 애매해졌습니다.

고동진 대표도 올해 갤럭시노트 신제품을 내기 어려운 이유로 “1년에 S펜 적용한 플래그십 모델을 2개 내는 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S와 노트의 차이가 모호해진 현 상황에서 상하반기 비슷한 플래그십폰을 내는 것이 큰 효용도 없을 뿐 더러 자칫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수 있다는 고민이 엿보입니다.





조금 더 들어가면 지난해 ‘갤럭시S20’ 시리즈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전략이 보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 갤럭시S20 시리즈는 1억800만화소 카메라와 역대급 램(RAM) 용량 등 ‘괴물 스펙’으로 상당한 관심을 받았습니다. 출시 직전에는 한 시장조사업체에서 출시 첫해에 4000만대가 판매돼 갤럭시S시리즈의 전성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참담했다는 평가입니다.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와 높은 출고가, 카메라 성능 논란 등의 복합적인 원인으로 갤럭시S20은 지난해 전작의 60~70% 판매되는 데 그쳤습니다. 삼성은 하반기에 갤럭시S20의 디자인과 핵심 사양은 유지하면서 사양과 가격을 낮춘 팬에디션(FE) 모델을 출시하고, ‘갤럭시노트20’의 가격을 낮춰 잡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지난해 플래그십폰의 판매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요.

뼈아픈 경험은 삼성이 올해 플래그십폰 전략에 변화를 주는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애플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아이폰11’과 ‘아이폰SE’ 흥행에 연달아 성공한 점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판단의 근거가 됐을 겁니다.

삼성측은 올해 플래그십폰은 갤럭시S21로 단일화 해 선택과 집중을 하고 노트의 빈자리는 갤럭시S21 FE와 폴더블폰으로 메우겠다는 계획입니다. 또 아이폰SE의 성공과 샤오미의 급성장이 증명하는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 트렌드에는 A시리즈 강화로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갤럭시S21 FE와 폴더블폰으로 노트의 빈자리를 대체하기 역부족이라면, A시리즈 중 중고가 모델이 힘을 보탤 수 있을 겁니다. 갤럭시노트는 사용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모델이지만 최근 2년간 판매량은 1000만대 미만으로 갤럭시S 시리즈의 절반 수준입니다. 노트 팬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삼성 스마트폰의 전체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는 효율적인 그림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올해와 내년이 삼성이 노트 시리즈를 단종시킬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험기간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올해 플래그십 전략의 변화 결과와 내년에 출시 준비 중이라는 갤럭시노트 신제품의 시장 반응을 보고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란 예상입니다. 노트 시리즈가 단종될 수도 있지만, 아예 두 시리즈를 합해 새로운 플래그십 라인업을 만들고 폴더블폰과 ‘투트랙’으로 가는 시나리오도 거론됩니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지난해 8월 열린 온라인 언팩에서 ‘갤럭시노트20’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