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미국서 '5년간 5조원' 대규모 투자 선언한 속내는
by경계영 기자
2021.03.14 09:48:00
독자 70GWh 늘리고 GM과 2공장도 검토
'그린뉴딜' 바이든 정부, 전기차·ESS 성장에 대응
바이든 ITC 결정 앞두고 견제하려는 의도 해석도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051910) 전지사업부문)이 향후 5년 동안 미국에서만 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내년 가동 예정인 공장까지 총 40GWh인 현재 생산능력을 5년 후 140GWh 안팎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통상 인센티브 등이 확정되기도 전에 이례적으로 투자 계획 공개에 나선 배경으로 전기차 배터리(이차전지)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지와 함께 배터리 소송전을 벌이는 SK이노베이션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사장)가 최근 미국 상원의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SK이노베이션 조지아주 공장 운영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다”는 언급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 | 미국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움셀즈 공장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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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5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에만 독자적으로 7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할 방침이다.
현재 운영하는 미시간 공장(5GWh)까지 자체 생산능력을 총 75GWh로 늘릴 계획이다. 여기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들어가는 중대형 파우치 배터리뿐 아니라 전기차용 소형 원통형 배터리도 포함된다.
‘선투자 후수주’로 과감하게 투자에 나선 배경엔 미국 내 급증하는 배터리 수요가 있다. 세계적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과 함께 미국 전기차 시장 전망치를 2025년 150만대에서 240만대로, 2030년 400만대에서 480만대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우드맥킨지는 지난해 ESS 설치량이 1.5GW로 전년 대비 179% 늘었으며 2025년 증가 규모가 5배 더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75~85%에 달할 전망이다. 이번 한파로 태양광, 풍력 등으로 생산한 에너지를 저장할 ESS 중요성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려 현지 생산을 검토하는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미국 내 사업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며 “미국은 물론 유럽 완성차 업체의 미국 출시 전기차 물량 상당부부분을 수주했고, 미국 내 대형 프로젝트 확대 방안도 논의가 상당부분 진행됐다”고 말했다. 미국 ESS업체와 스타트업 전기차 업체 수주 물량도 늘었다는 설명이다.
이뿐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세운 합작법인 얼티엄 셀즈가 내년 가동을 목표로 35GWh 규모의 1공장을 짓는 데 이어 비슷한 규모의 2공장을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들까지 합치면 미국 내 LG에너지솔루션의 생산능력은 140GWh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투자 계획을 밝힌 진짜 속내로는 배터리 소송전을 벌이는 SK이노베이션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정부로부터 투자를 비롯한 각종 인센티브를 받기 전에 계획을 먼저 공개하지 않는게 일반적인 관례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승소했지만 다음달 초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서 ITC 최종 결정이 확정되는 데다 오는 19일(현지시간)엔 배터리 특허 침해 소송 예비 결정이 나올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ITC 결정대로 10년 동안 배터리 일체를 미국으로 수입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배터리 부족 현상을 겪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이번 LG에너지솔루션 계획인 2025년 140GWh 수준이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수요 1257GWh(SNE리서치) 11%가량을 LG에너지솔루션 홀로 미국에서만 공급 가능한 셈이다.
더욱이 전날 김종현 사장은 지난 10일 SK이노베이션이 3조원가량을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조지아주의 상원의원 래피얼 워녹에게 서한을 보내 “LG에너지솔루션은 조지아주 주민과 노동자를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며 “만일 외부 투자자가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공장을 인수한다면, 이를 운영하는 데 LG가 파트너로 참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지사가 대통령에게 ITC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입금지 조처를 뒤집어달라고 요청한 데 대응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김종현 사장은 “배터리 생산능력을 선제 확보하고 R&D부터 생산까지 현지화한 안정적 공급망 체계를 구축해 미국 전기차·ESS시장에서 최고의 파트너로서 미국 그린 뉴딜정책 성공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 |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간 공장 생산라인. (사진=LG에너지솔루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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