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대통령 되든 美·中 갈등 격화…韓, 특정국 경제 의존 줄여야"

by김정남 기자
2020.10.05 06:00:00

[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
경제석학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교수 인터뷰①
트럼프와 바이든, 對중국 압박 인식 공유
''동맹 연합'' 중시 바이든, 韓 더 까다로울듯
韓, 특정국과 경제 의존 높이지 않는 전략 필요
코로나 이후 양극화 심화하는 ''K자형 위기''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대 경제학 교수는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은 K자형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사진=UC버클리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바이든이 트럼프를 이기고 정권을 교체한다고 해도 대(對)중국 압박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국제경제·금융 권위자로 손꼽히는 배리 아이켄그린(68) 미국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는 4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은 더 커질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역대급 깜깜이 대선을 펼치고 있지만, 중국 문제만큼은 초당적으로 인식을 같이 하는 만큼 미·중 전쟁을 ‘상수’로 여겨야 한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한 바이든 후보를 중국이 더 껄끄럽게 여긴다는 분석도 나온다.

맨해튼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중국 그 자체와 더불어 후계자 없이 ‘1인 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시진핑 국가주석을 가장 큰 위협요소로 여긴다고 본다. 미·중 정상은 올해 유엔총회에서 공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아이켄그린 교수가 꼽은 두 나라 갈등의 키워드는 ‘화웨이’다. 그는 “트럼프와 바이든 두 후보 모두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향한 중국의 접근을 가장 우려한다”며 “화웨이 등이 미국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틱톡 매각이 난항을 거듭하고 미국이 중국 반도체 선두주자인 SMIC 제재에 나선 것도 이같은 인식으로 인한 결과물이란 것이다. 미·중 갈등의 격화는 그 사이에 끼인 한국 입장에서는 최대 난제라는 점에서 더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을 강요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이 더 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미국과 중국 사이를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갈수록 많이 받는다. 새우가 두 고래를 두고 어떻게 안전하게 헤엄칠 수 있는지 묻는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건 너무 어렵다는 정도밖에 답할 수 없을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의 중국 전략은 어떻게 다른가.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보였던 (미국 우선의) 일방주의적인 접근을 고수할 것이다. 바이든 후보가 정권을 잡는다면 (한국을 비롯해) 동맹국의 연합을 시도하며 중국에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본다. 두 나라와 정치·경제적으로 밀접한 한국은 바이든 후보가 정권을 잡을 경우 셈법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

-한국 정부에 조언을 한다면.

△한국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문제다. 한국은 중국을 비롯해 세계 어느 나라와도 경제적 의존도를 높이지 않겠다는 전략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추가적인 조언은 없나.

△한국 정부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기술 분야의 투명성(radical transparency)을 유지해야 한다. 전세계 모든 정부가 지금 공유되고 있는 기술과 공유되지 않고 있는 기술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의 지적재산권 침해 이슈를 보듯이) 그래야만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코로나19 우려가 크다. 추후 경제 회복 양상은.

△이번 경제위기는 과거와 전혀 다르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은 양극화가 심화하는 K자형으로 나타날 것이다. 요즘 미국내 대부분 전문가들이 보는 일반적 시각이다.



-일각에서 1930년대 대공황과 비교하기도 한다.

△이번 팬데믹 위기는 과거 대공황과 달라서 비교 분석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공황과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이 경제를 감염시키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이번에는 그 반대다. 위기 이후 회복의 형태를 예측하는 건 무척 어렵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진행 상황에 전적으로 달려 있기 때문이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더 늘어나면 침체가 장기화하고 회복이 늦을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 회복이 빠를 수 있다.

-K자형 위기의 방증은 무엇인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에서 불평등 심화와 사회안전망의 문제점이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재 20~25%의 취학 연령 아이들(school children)이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부모들이 음식을 사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선진국이라는 미국이 그저 참고 견딜 일인가.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단기와 장기로 나눌 수 있다. 일단 지난 7월 말로 끝난 주 600달러의 실업급여를 연장해야 한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은 추가 부양책을 놓고 협상하고 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영양 보조 지원 프로그램(SNAP·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 역시 확대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교육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본다. 부유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는 방안 역시 검토해볼 때다.

-다음 대통령에게 경제정책을 조언하자면.

△당장 많은 개인들의 건강 관리가 걱정이다. 특히 고용주를 통해 건강보험을 받았다가 지금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많다. 이들을 위한 재정 지원이 절실하다.

-요즘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초완화적인 정책을 펴면서 부작용 우려가 크다.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잘 말하지 않았나. ‘TINA(There Is No Alternative)’라고. 지금 같은 돈 풀기 재정·통화정책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재택근무로 많은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줌(ZOOM)과 같은 회사들이 그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하지만 모든 분야에서 재택근무가 출퇴근보다 낫다는 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뜰 만한 산업 몇 개만 소개해달라.

△디지털 분야의 모든 산업 외에 건강 관리(health care), 노인 관리(elder care), 보육(child care)과 관련한 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52년생 △UC산타크루즈 경제학 학사 △예일대 경제학 석·박사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정책자문위원 △전미경제연구소(NBER) 연구위원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자문교수위원장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 △UC버클리 한국학연구소 전임교수 △국제슘페터학회 슘페터상(2010년) △포린폴리시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100인’(201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