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일몰제]토지 보상비, 국고지원 나서야

by박민 기자
2020.06.04 05:30:00

[전문가 스페셜 리포트]신태수 대표
도시공원 일몰제, 7월 1일 시행
지자체 예산만으론 감당 어려워

(자료=전국 187개 광역 및 기초 지자체 세출예산서 분석.)
[신태수 토지정보업체 지존 대표·이데일리 박민 기자] 오는 7월 1일이면 전국 도심에서 공원 용도로 지정만 해놓고 토지보상 등 사업 집행은 하지 않은 ‘도시공원’은 모두 지정 효력이 해제된다. 이날부터 ‘장기미집행시설 실효제’(일명 도시공원 일몰제)가 일제히 시행되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엔 공원의 모습을 갖췄지만, 실상은 국가가 땅을 온전히 매입하지 않아 무늬만 공원으로 유지되는 곳들이다. 문제는 공원 부지를 사들이기에 예산이 부족한 각 지방자치단체는 일몰제를 피하기 위해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재지정하는 일종의 ‘미봉책’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수십년간 토지주들의 재산권 행사를 막아온 ‘도시공원’과 다를바 없다는 지적이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도시계획 시설로 결정한 지 20년이 지나도록 조성 사업을 진행하지 않으면 소유자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자동으로 공원 용도에서 해제하도록 한 제도다.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로 2000년 7월 1일부터 도입하면서 그 기한이 올해 도래한 것이다. 일몰제로 인해 사유지가 공원에서 해제되면 땅주인들은 오랫동안 제약을 받아온 재산권의 자유로운 행사가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한편에선 공원 이외 용도로 땅을 개발할 수 있어 ‘난개발’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6월 말까지 서둘러 토지 보상 예산 계획을 짜고 실시계획 인가를 내야 ‘일몰제’를 피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전국의 공원 결정면적은 927㎢이며, 미집행 공원면적(실시계획 인가 기준)은 447㎢에 달한다. 이중에서 일몰제가 적용되는 20년 이상 장기미집행 공원 면적은 서울시 면적의 절반 수준인 364㎢에 달한다. 이를 각 지방자치단체가 사들이기 위한 비용은 약 4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막대한 비용 탓에 지금껏 사업 집행 수준이 미미하다. 실제로 각 지방자치단체는 공원에서 풀리면 개발될 가능성이 큰 부지만 우선관리지역으로 정해 실시계획 인가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는 전체 일몰제 대상 공원 부지 30%에 불과한 116㎢ 규모에 불과하다. 토지를 사들일만한 재원이 충분치 않아 극히 일부만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던 것도 구체적인 재원 마련 계획없이 무턱대고 도시공원을 짓겠다고 땅에 선부터 긋다보니 지금과 같은 사달로 이어진 것이다.



지자체들은 부족한 예산 탓에 채 사들이지 못한 나머지 공원부지는 다시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재지정하는 ‘임시변통’식 대안을 추진중이다. 도시자연공원구역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과 비슷한 개념으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용도구역 중 하나다. 도로, 학교, 도시공원 등의 ’도시계획시설‘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되면 그린벨트처럼 개발 행위가 일정 수준으로 제한돼 지금과 같은 공원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도시자연공원구역 재지정’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에 불과하다. 개발을 못하게 단순히 공법(公法)상 묶어두는 것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토지보상 등 사업 집행을 통해 본래 목적대로 공원을 온전하게 조성해야 ‘진정으로 공원을 지키는 것’이다. 과거에도 토지주와의 제대로 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해 토지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했던 ‘과오’를 이번에는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명찰만 바꿔달아 또 다시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방 정부가 당장은 재정 여건이 어려워 보상을 미뤄뒀지만, 나중에는 좋아질 것이라는 가망도 크지 않다. 실제로 서울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는 재정자립도가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여기에 해가 거듭할 수록 땅값이 오르는 구조에서 급한 불을 끄려다 오히려 불씨를 키울 수 있다. 나중에 보상을 개시하면 재원 부담이 지금보다 더 크다. 도시공원 일몰제가 코앞으로 다가왔으니 우선 소낙비나 피하고 보자는 식의 지극히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1964년 충남 당진 △1996~1998년 부동산(경매) 전문기자 △1999~2002년 엠테크 대표이사 △1999~2002년 경매아카데미 원장 △1999~2002년 경매뱅크 발행인 △2000~2001년 RIB 대표이사 △2000~2001년 명지대 투자정보대학원 겸임교수 △2007년~2009년 에스티에스투자자문 대표 △2009년~ 지존 대표

신태수 지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