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 10개 중 9개가 빈방…호텔업계 "휴업이라도 해야 하나"

by함지현 기자
2020.03.03 06:30:00

객실 점유율 급감…3~4성부터 특급까지 모두 ''타격''
롯데호텔 신관, 객실예약률 10%대로 뚝…한 달 휴업까지 검토
"호텔업 특성상 회복도 더뎌…사실상 경영 손 놓은 곳도"

지난달 17일 오후 중국인 장기 투숙객이 많은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방역관계자들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코로나19의 확산으로 관광 수요가 급감하자 국내 관광산업의 핵심인 호텔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객실 점유율이 10%까지 떨어진 곳도 있으며 일부 업체는 한 달간 휴업을 검토할 정도로 궁지에 몰렸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호텔인 롯데호텔은 오는 8일부터 31일까지 한 달 동안 서울 소공동 이그제큐티브 타워(신관)의 문을 닫는 방안을 검토했다. 평소 50~60% 수준이던 객실 점유율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10% 남짓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신관 객실이 총 278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20개실 안팎만 예약이 된 셈이다.

지난 2018년 1년의 공사 끝에 ‘6성급’을 지향하는 고급 호텔로 재개장하면서 높아진 객실 단가와 코로나19로 관광객이 급감하는 상황 등이 맞물린 결과다. 다만 8일 이후에도 소수의 예약 고객이 있는 만큼 실제로 문을 닫지는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롯데호텔뿐만이 아니다.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명동에 위치한 주요 호텔들의 객실 점유율은 20~40%대에 머물고 있다.

코로나19 초반만 해도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3~4성급 호텔의 타격이 컸다. 이후에도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국내 고객들 역시 호텔 예약 취소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전후 숙박업 매출 증감률. (그래프=이동훈 기자)
특히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기 꺼리는 심리가 확산하며 객실 취소는 물론 콘퍼런스, 연회, 결혼식과 같은 행사 취소도 이어졌다. 롯데호텔은 지난 1월 23일부터 한 달간 전국 호텔 체인의 각종 회의 취소가 160건을 넘기기도 했다.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이나 제주도 서귀포시 WE호텔 등 확진자가 방문한 호텔은 방역을 위한 휴점만으로도 손해를 봤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로나19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보다 높은 전염성 등으로 인해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커 업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역시 오래갈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지난 2015년 메르스 확산이 본격화한 6~7월 국내 호텔 객실 점유율은 80%에서 40%대로 급감한 바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메르스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으로 타격을 입었던 소비재 중 회복 기간이 가장 길었던 업종은 호텔·레저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업은 방문 몇 달 전부터 예약이 이뤄지는 만큼 타격을 받으면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다”며 “향후 실적 정상화가 가능할까 싶을 정도라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놔버린 곳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