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비건, 韓美훈련 끝나는 20일 전격 방한…北美실무협상 재개 시그널

by이준기 기자
2019.08.17 08:57:55

美국무부 "韓日과 北의 FFVD 조율 강화"…이도훈 등과 대비책 논의
"김정은, 韓美훈련 종료 후 실무협상 재개 희망" 트럼프 트윗 맞물려
韓日 갈등 관여할지 주목…러시아 대사 기용설에 입장 밝힐 듯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북·미 비핵화 협상의 미국 측 실무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오는 20 전격 방한(訪韓)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미 연합군사훈련 종료 후 실무협상 재개를 희망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한 가운데, 20일은 한·미 연합훈련이 종료하는 날인 만큼, 북·미 실무협상이 본격적인 재개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 국무부는 16일(현지시간) 비건 대표가 19∼20일 일본을 들러 20∼22일 한국 방문이 예정됐다고 발표한 뒤 “이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조율 강화를 위해 한·일 당국자들과 만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 국무부는 더 자세한 설명은 삼갔지만,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한국의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과 만나 향후 대비책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비건 대표의 방한이 주목받는 건 지난 6월 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이른바 ‘판문점 회동’에서 양 정상이 ‘2~3주 내 실무협상을 재개하자’고 합의했지만, 한 달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실무협상이 성사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한은 이달 초부터 한·미 연합훈련을 반대한다는 명목으로 우리 측을 겨냥한 수차례에 걸친 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해 왔으며, 더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우리 측을 향한 ‘말 폭탄’까지 난사해온 바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트위터에 김 위원장이 일련의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해 사과하면서 한미연합훈련이 끝나자마자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친서 내용을 공개한 바 있는데, 친서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비건 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실무협상 재개의 물꼬가 트일 공산이 크다. 일각에선 비건 대표의 방한 기간 판문점 등에서 북·미 실무협상이 전격적으로 재개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한편, 비건 대표가 한·일을 연쇄 방문하는 만큼,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한·일 갈등에 관여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한·일 갈등은 미국과 동맹국들 사이를 벌리려는 중국·북한의 장기적 목표에 부합할 것이라는 식으로 양국 카운터파트에게 설득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워싱턴 정가에 널리 퍼진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 기용설에 대해서도 자신의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최근 미 언론들은 오는 10월 임기를 마무리하는 존 허츠먼 러시아 대사의 후임에 비건 대표가 유력하다는 보도를 쏟아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