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민지 기자
2018.09.29 08:00:00
지난 11일 서울 은평구 S고등학교의 트위터 계정에 체육 교사 S씨가 한 여학생을 성희롱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후 S씨에게 당한 성희롱 내용의 글과 제보가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이어졌다. ‘스쿨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일어난 것이다.
폭로 글과 제보에 따르면 S씨는 여학생에게 “여자는 가슴과 엉덩이 볼륨이 중요하다” “여자 다리가 매끈해야 남자들이 좋아한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했다고 한다. 여학생 엉덩이를 때리며 “그냥 한번 때려보고 싶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학생들이 교사에게 당한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스쿨 미투’는 지난 3월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졸업생의 폭로로 시작했다. 이후 부산·인천·청주·창원·광주·전남 등 전국 각지에서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교사로부터 받은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스쿨 미투가 잇따랐다.
스쿨미투 운동은 교사로부터 성희롱 등 부적절한 대우를 받았을 때 이를 고발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교내에서 벌어지는 성희롱 문제가 스쿨 미투 운동을 통해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교사의 잘못된 언행과 행동을 일깨우는 계기가 된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이것을 악용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학생도 늘면서 부작용의 폐해도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일 인천의 한 여고에서 트위터를 통해 스쿨 미투가 급격히 확산했다. L모 교사가 한 학생에게 신체접촉을 시도하고 손으로 가슴을 스치거나 얼굴을 평가한다는 제보였다.
하지만 이 제보는 허위사실로 드러났다. 트위터에서는 학생 간 댓글 언쟁이 일어났다. 결국 운영진은 허위사실 유포를 인정하고 사과문을 올리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문제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삶은 사과로 끝나지만 피해자는 씻을 수 없는 명예 실추와 심적 고통 등으로 극단적인 결단에 이르게 한다는 점이다.
전북 부안에서 성추행 의혹으로 조사를 받던 중학교 교사 A(54)씨는 억울함을 주장했지만 여학생들이 제출한 신고서에 적힌 내용으로만 조사를 받아야 했다.
경찰 측은 사건을 무혐의 처리로 종결했지만 부안 교육지원청은 수사결과를 무시하고 A씨를 직위 해제했다. 신고한 학생들이 허위사실이라고 밝히는 탄원서를 작성했지만 결국 A씨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실망감으로 죽음을 선택했다. 성범죄자라는 오명으로 자신의 명예를 회복할 길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허위사실로 한 교사의 목숨을 앗아간 잘못된 스쿨 미투 운동을 접한 누리꾼들은 경악을 금치못했다. “미투 운동이 사람잡네”(anrd****), “너희들 어리석은 행동 때문에 무고한 사람이 죽었다. 살인자들아”(zizo****), “학생들이 미투운동의 본질을 흐렸다”(jijir***)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최근 악용하는 학생들의 사례가 늘어나면서 스쿨 미투의 본질이 흐려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김수진(19) 학생은 “몇몇 학생들은 선생님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서 미투로 폭로해버릴까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섬뜩하다”며 “스쿨 미투의 우려로 학생을 피하는 선생님과 주어진 권리를 남용하려는 학생이 늘고 있어 스쿨 미투의 본질 자체가 흐려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교에서 2학년 담임을 맡은 이교인(34) 교사는 “학생들이 잘못된 교사의 언행과 행동을 지적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것은 진정한 교사로, 아름다운 학교로 발전시키는 좋은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며 “좋은 취지를 벗어나 개인적인 감정으로 미투 운동을 악용해 교사를 고발하는 사건을 접할 때마다 선생님과 제자의 관계가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