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의 꿈]⑬끝-北 화전 개간 산불, 軍 불모지작전…DMZ 생태계 '신음'

by김관용 기자
2018.05.15 05:30:04

비무장지대 위협하는 또다른 적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비무장지대(DMZ)를 위협하는 적(敵)은 지뢰 말고도 또 있다. 바로 산불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남북간 DMZ의 평화적 활동을 위한 협의 안건 중 가장 시급한게 산불”이라면서 “불은 정전협정에 구애를 받지 않기 때문에 산림청 헬기가 DMZ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면 재난 상황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림보호법상 산불은 피해면적이 100ha(30만2500평) 이상이면서 연소시간이 24시간 이상이면 대형 산불로 구분한다. 대형 산불에 해당되지 않는 산불은 중·소형 산불이다. 대형 산불은 2000년 고성군 현내면 송현리와 2002년 고성군 수동면 내면리(북한), 2005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2014년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초리 등에서 총 4건이 발생했다. 원인은 대부분 북한 지역에서 발생한 이후 남한으로 확산된 것이다.

지난 2013년 강원도 고성군 비무장지대 북쪽에서 발생한 산불이 바람을 타고 남방한계선까지 남하하고 있다. [사진=고성군]
북측의 산불은 종종 농사 지을 땅을 개간하기 위해 화전을 일구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중부전선 최전방 지역에서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농사를 짓기 위해 불을 놓아 야초와 잡목을 태우는 것이 목격된다”면서 “불씨가 바람에 날려 임진강까지 건너 옮겨 붙어 불이 번진 적도 있다”고 전했다. 북서풍과 건조한 날씨 탓에 불이 남측까지 넘어온다. 이에 대응해 우리 군은 맞불작전을 실시한다. 100여m 앞까지 불이 왔을 경우 더이상 불에 탈 것이 없게 맞불을 놓는 것이다. 지난 2001년 제5차 남북군사실무회담에서 DMZ의 희귀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긴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산불 발생을 최소화하기로 협의했지만, 이후에도 화전에 따른 산불이 DMZ 내에서 발생한바 있다.

그 이외의 중·소형 산불은 지뢰 폭발로 생긴 불씨와 군사격장의 화약이 산불로 이어진 것이다. 남과 북을 연결하는 동해안 군 통신선도 산불에 타버려 지금껏 끊긴 상태다. 지난 달에만 해도 고성군 동부전선 DMZ 북측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바람을 타고 남쪽으로 번져 군과 산림 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군사분계선(MDL)을 향해 각각 전진한 남북한 철책도 DMZ를 위협하는 존재다. MDL은 서쪽 끝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정동리부터 동쪽 끝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동호리까지 이어진다. 길이는 155마일(약 248km)이다. 수백미터 간격으로 듬성듬성 박혀있는 1292개의 말뚝이 MDL 표식이다. 이 MDL을 기준으로 남측과 북측으로 각각 2km 물러 설정된 선이 실질적인 한계선이다. 애초 남측 한계선과 북측 한계선 사이 4km, 면적으로는 992㎢가 DMZ였다. 하지만 남북한의 한계선이 각각 MDL 쪽으로 이동해 현재 DMZ 면적은 약 907.3㎢로 축소됐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를 합친 면적(86.54㎢) 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특히 남측 한계선(GOP) 철책 앞 시야 확보를 위한 이른바 ‘불모지 작전’은 생태계를 교란하는 한 요인이다. 지난 2015년 북한군의 DMZ 목함지뢰 도발 이후 우리 군은 DMZ인 철책 전방 100~200m 까지 나무를 베고 수풀을 제거하고 있다. 감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지만 생태계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군 관계자는 “불모지 작전으로 철책 근처에 자연스럽게 방화지대가 형성돼 산불이 철책을 넘지 못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계작전 여건을 보장하면서도 GOP 철책 지역의 생태적 가치를 증진시키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며 “국립수목원과 국내에서 자생하는 30cm 이하의 다년생 야생식물을 심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서부 전선 GOP 철책 앞 DMZ가 나무를 베고 수풀을 제거한 ‘불모지 작전’으로 땅을 드러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