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포커스]투자수요 잡는척 하며 젊은이 잡은 주담대

by김성훈 기자
2015.07.25 06:00:00

△ 광교아이파크 모델하우스 방문객들이 상담 부스에서 청약 관련 문의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산업개발]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바야흐로 부동산 시장이 뜨겁습니다. 이번 주 서울지역 아파트 값은 한 주 전보다 0.15% 오르며 29주 연속 올랐습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기록한 27주(3월 27일~9월 25일)을 2주차로 넘어선 신기록입니다.

서울과 부산을 축으로 한 분양시장도 인파로 북적입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부터 연말까지 수도권에서만 재개축·재건축 물량을 포함해 10만 8473여가구 등 전국에서 총 17만 4123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습니다. 정부의 잇따른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과 기준금리 인하로 달아오른 시장 분위기에 건설사들이 분양 사업에 박차를 가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지난 22일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새 국면을 맞았습니다. 정부는 이날 원리금을 함께 갚는 분할상환 확대 계획을 내놨습니다. 대출 시 소득심사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토지나 상가 등 제2금융권을 통한 대출이 주를 이루는 수익형 부동산의 LTV(주택담보인정비율)도 60%에서 50%로 낮추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습니다. 대출을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모두 갚게 하고 대출자의 상환 능력 등 대출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9·1 부동산 대책에서 LTV와 DTI(총부채 상환비율)을 각각 10%씩 완화해 LTV는 70%, DTI는 60%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빚낼 여건을 만들어 주고 이참에 집을 사라고 유도한 지 1년이 채 안돼 정책에 변화를 준 셈인데요.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유지해온 주택 시장 규제 완화 정책을 바꾼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다만, 주택 시장이 정상 궤도에 들어선 만큼 질적인 관리를 위한 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장 반응은 어떨까요. 주택담보대출 요건이 강화되면 주택 수요는 줄겠지만,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된 상황에서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 말합니다. 그러나 서울 강남권 재건축시장과 상가, 오피스텔 등에는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대출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원금 상환을 유도하게 되면 투자 수요자들이 레버리지 성격으로 쓰는 거래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언뜻보면 무리한 대출을 막고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키는 투자 수요를 잡으려는 대책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데요. 대출을 기반으로 한 투자는 힘들 것이라는 메시지로 보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월소득이 적은 서민과 젊은이들의 내 집 마련까지 어려워졌습니다. 자금 여유가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만기일시상환을 하는 것은 자금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지 상환능력이 없어서가 아니기 때문이죠. 이번 정책 조정이 다소 불편하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적은 급여로 지출을 최소화해야 하는 저소득층과 젊은 세대는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월 입금액이 가장 적은 만기상환이나 거치상환을 선택할 수밖에 없던 이들에게 까다로워진 대출 심사는 저소득층과 젊은이들의 발까지 묶었습니다.

그렇다면 내 집 마련 계획을 접고 전셋집을 알아봐야 할까요.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의 주택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70% 선에 도달한 가운데 서울지역 평균 전세가율마저 70%를 넘어섰습니다. 여름 비수기에도 전셋값이 계속 뛰면서 전세가율 상승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주 서울지역 아파트 전셋값은 한 주 전보다 0.28% 오르면서 5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내 집 마련을 권유하던 정부가 이제는 종잣돈 있는 사람만 우대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앞서 국토부가 말했던 질적인 관리를 위한 일부 조정이라는 말이 섬뜩하게 들리기까지 하는데요. 잠시나마 내 집 마련을 꿈꿨던 저소득층과 젊은이들의 전셋집 찾기는 또 시작될 것입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내달부터 중산층이 8년간 거주하는 보증부 월세 주택인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가 입주자 모집에 들어갑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9월로 미뤄졌던 뉴스테이 입주자 모집이 다음 달로 앞당겨져 졌다”며 “인천 도화지구에 진행 중인 뉴스테이 입주자 모집도 다음 달에 시행하기 위해 조율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쉽게도 저소득층과 젊은이들의 선택 폭은 좁아졌습니다. 월세를 내며 8년 동안 거주하는 뉴스테이에 살아야 할지, 아니면 사라져가는 전셋집을 찾아 발품을 팔아야 할지 좁아진 내 집 마련의 문턱에서 젊은이와 저소득층의 고민이 늘어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