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플레이DB 기자
2015.05.23 07:57:06
오로지 배우들의 연기로만 채워진 연습실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배우들이 쏟아내는 대사와 격한 감정, 온 몸을 통해 전달되는 이야기는 두 시간 내내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티켓 오픈과 함께 전석 매진을 기록한 연극 <프로즌>이 지난 20일 연습실을 공개했다. 김광보 연출은 “개막이 아직 20일이나 남았다.”고 운을 떼며, 마음 편하게 볼 것을 강조했지만, 사실 <프로즌>은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연쇄살인, 아동학대, 정신분석 등 그동안 연극에서는 쉽게 접하지 못했던 소재들이 가감없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영국 극작가 브리오니 래버리의 대표작으로 1998년 영국 버밍엄 레퍼토리 시어터에서 초연된 <프로즌>은 연쇄살인으로 어린 딸을 잃게 된 엄마,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연쇄살인범, 다양한 사례의 연쇄살인범을 연구하는 정신과 의사의 삶을 교차시키며, 인물간의 심적 갈등과 변화를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 배우들의 극한 감정 변화가 특징으로 그 밑바탕에는 탄탄한 텍스트를 기초로 하고 있다. 극단 맨씨어터의 대표이자 배우로 낸시 역을 소화하고 있는 우현주가 “우연히 아마존에서 이 희곡을 발견했는데 한 눈에 반했다. 배우의 연기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쓰여졌고 흥미로운 소재뿐만 아니라 굉장히 연극적인 구조로 되어 있어서 단숨에 다 읽어갔다.”고 전했다.
이날 연습은 뉴욕으로 떠나는 정신과 의사 아그네샤가 여행 가방에 물건이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자신의 딸 로라를 할머니 집으로 심부름 보내는 낸시와 재수없는 일을 당한 랄프의 독백이 각각 이어지며 순식간에 배우들이 펼쳐내는 시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작품의 전반부는 각 인물의 독백이 순차적으로 이어지고, 배우들은 등퇴장 없이 계속 다른 인물들과 컨택하거나 컨택을 끊어내며 무대 위를 지키고 있었다. 사건이 전개될수록 아이를 잃고 감정의 변화를 겪는 낸시, 아그네샤의 감춰진 이야기, 랄프의 성장 배경 등이 낱낱이 드러난다.
연극 <프로즌>은 박호산과 함께 연쇄살인범 랄프 역에 캐스팅된 이석준이 “처음에 대본을 읽고 공연이 끝나면 정신과 의사를 소개해달라고 했다.”고 했을 만큼, 극단적인 상황을 연기하는 배우나 그 상황을 지켜보는 관객들에게 쉽게 만날 수 없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이번 공연은 6월 9일부터 7월 5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으며, 연장공연 티켓 예매는 오는 26일부터 온라인 사이트에서 가능하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 (www.studioch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