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신청' 웅진홀딩스, CFO는 어디에?

by김유정 기자
2012.10.03 11:17:53

한달째 휴직.."복귀 시점 불투명"
외국계 출신 영입후 재무확장 전략

[이데일리 김유정 기자] 웅진홀딩스의 갑작스런 기업회생절차 신청과정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배제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석금 회장이 모든 의사결정을 독단적으로 주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김윤주 웅진홀딩스(016880) CFO(상무)는 일신상의 사유로 한달째 휴직중이다. 지난달말 웅진홀딩스가 극동건설과 함께 웅진홀딩스에 대한 기업회생 신청서를 제출하며 금융권에 충격을 준 가운데서도 재무책임자는 공석이었던 셈이다.복귀 시점도 불투명해서 사실상 재무 전략에서 손을 뗀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웅진홀딩스 관계자는 “김 상무의 복귀 시점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빈자리를 박천신 웅진식품 경영지원본부장(상무)이 웅진홀딩스로 옮겨 대신 메우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김 상무의 빈자리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무적인 모든 결정을 윤 회장이 독단적으로 내리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 상무가 웅진홀딩스로 영입된 것은 웅진으로서는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1976년생으로 CFO 자리에 앉기에는 너무 젊다는 걱정어린 시선도 있었지만 신광수 웅진홀딩스 대표와 함께 보스톤컨설팅에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2010년 4월 전격 영입됐다. UBS 홍콩에서 투자은행(IB) 부문에 근무하기도 했다.

윤석금 회장은 김 상무를 영입하면서 레버리지 확대 전략을 이끌도록 했다. 회사채 발행 등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이때부터 급격히 늘어났다.

계열사인 웅진코웨이(021240)가 처음으로 원화 공모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고, 외화표시채권까지 발행했다. 웅진씽크빅(095720)도 원화공모사채를 처음으로 발행했다. 그룹내 우량 계열사들이 자금시장에 진입하면서 웅진에너지·웅진케미칼 등도 회사채를 발행하고 나섰다. 웅진씽크빅이 유상증자를 하면서 주식시장에서도 돈을 끌어다썼다.



웅진홀딩스와 그 계열사들의 공모사채 발행은 2007년 한 차례, 2008년 두 차례에 불과했지만 김 상무 영입 이후는 2010년 4월~2011년 4월까지 1년간 총 일곱 차례, 금액으로는 무려 4000억원을 조달했다. 웅진 재무팀은 ‘극동건설 리스크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시장에 알리고 설득했다.

2010년 서울저축은행도 인수했다. 900억원에 사들여 대주주인 웅진캐피탈을 통해 유상증자로 2600억원을 투입하고도 자본잠식이 지속돼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있다.

이 과정에서 부채비율도 급격히 높아졌다. 웅진홀딩스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09년말 175.8%에서 2010년말 216.3%, 2011년말 311.8%, 2012년 6월 현재 374.2%까지 치솟았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외국계 출신의 금융전문가 영입 등 재무적으로 화려한 행보를 보이던 웅진이 정작 재무적인 위기 상황에서는 CFO를 배제한채 회장에 의해 모든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다”며 “재무적 결정의 실패 뿐 아니라 인재 영입과 운영의 실패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한 증권사 크레딧 관계자는 “웅진이 이렇다 할 경험이 없는 어린 CFO를 뽑고 나서도 시장과의 소통에는 적극 나서지 않았다”며 “그간 웅진에 대해 (재무적인)커뮤니케이션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