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 속 잘 팔리는 제품들

by조선일보 기자
2008.12.07 18:06:40

[조선일보 제공] 경기 불황 속에 불티나게 팔리는 제품들이 있다.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지면서 전기매트·내복 같은 ‘짠돌이형 겨울나기 상품’이나 ‘대박의 꿈’을 안겨주는 로또 등의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 이들 상품은 90년대 말 외환위기 때도 크게 인기를 끌었던 것들이다.



지난 5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1213명을 대상으로 ‘복권구매’ 실태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중 80.3%가 복권을 ‘구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5명 중 4명이 복권을 사는 셈이다.

이들 중 ‘이전보다 복권 사는 것을 줄였다’는 응답은 8.6%에 불과했다. 반면 ‘변함없다’는 응답이 51.7%, ‘늘어났다’는 39.5%였다. 경제 위기 이후 10명 중 4명이 대박을 꿈꾸며 복권 구입을 늘린 셈이다.

실제로 경기 침체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지난 9월과 10월 전체 로또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다. 이는 2005년 이후 꾸준히 로또 판매량이 줄기 시작했음을 감안하면 놀라운 증가율이다.


편의점 업체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이 회사의 전국 150개 로또 판매점포의 매출을 조사한 결과, 편의점의 로또 판매량은 2005년 전년 대비 12.2% 증가해 정점에 오른 뒤 2006년 감소세로 전환, 전년대비 22.6%나 줄었으며 2007년에는 12.5%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이 같은 판매량 감소율은 지난 3월말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2%를 기록하며 바닥을 친 뒤, 4월엔 8.8%로 낮아지기 시작해 5월 0.4%를 거쳐 6월부터 증가세로 전환돼 2.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후 7월과 8월 각각 4.7%, 8.9%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꾸준히 늘고 있다.
이처럼 경기가 침체되고 로또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지면서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지난 1월 경기 수원시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던 20대 남자가 다량의 로또복권을 구입한 뒤 1등에 당첨되지 않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장기 불황 속에 겨울을 맞으면서 내복, 전기매트 등 ‘짠돌이형 겨울나기 상품’도 인기다.
올 겨울 홈쇼핑의 최대 주력 상품 중 하나는 대표적인 ‘IMF형’ 상품으로 손꼽히던 전기매트다. GS홈쇼핑의 경우 지난 11월 전기매트만 100억원어치(10만여장)가 팔려나갔다. 작년 연간 판매액이 50억원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큰 증가세다.

전기매트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인기를 끌기 시작한 뒤 2001년까지 이 홈쇼핑의 히트상품 10위에 빠짐없이 끼였으나, 이후 판매량이 계속 줄다가 최근 경기침체를 맞아 다시 빛을 보고 있다.

외식비를 아끼려고 도시락을 싸가는 직장인이 많아지면서 보온도시락과 보온병도 인기다. 이마트에서는 지난달 1일부터 19일까지 보온도시락과 보온병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5.1%와 25.6% 증가했다.
 
온라인몰 옥션에서도 지난달 17일부터 보온도시락이나 보온병 등 보온 상품이 작년 동기의 두 배 수준인 하루 평균 500여개씩 팔리고 있다.



내복 매출도 급증세다. 롯데홈쇼핑 인터넷쇼핑몰 롯데아이몰닷컴의 경우 지난 11월 내복 판매량이 전년 대비 20% 가량 급증했으며, 현대홈쇼핑의 인터넷쇼핑몰 H몰에서도 지난 11월초 내의 매출이 40% 정도 늘어났다.

비싼 기름 대신 연탄 갈탄 나무 등 구식 연료를 쓰는 난로도 재등장하면서 연탄값이 크게 오르기도 했다. 연탄 판매가격은 최근 사용량이 크게 늘면서 2003년 201.75원(공장도가격 184원)이던 것이 올해는 305원(공장도가격 287.25원)으로 65%나 인상됐다.



경기 불황의 대표적 ‘인기상품’인 라면의 호황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라면업체인 농심은 과거 IMF 때 영업이익이 186% 증가했고, 카드 사태 이후인 2004년에도 40% 늘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농심의 경우 올해 4월 800억 원이었던 라면 매출이 10월 들어 1000억 원을 넘겼다.
 
올해 1~10월 판매한 라면 매출액도 96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8% 늘었다. 주가 역시 올해 초보다 높은 수준이다. 오뚜기도 1~9월 라면 매출이 지난해보다 22.2% 증가했다.

웰빙 바람이 불며 천대를 받았던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점도 활기를 찾았다. 롯데리아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15% 정도, 버거킹도 작년보다 10% 이상 증가했으며 던킨도너츠는 10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 느는 등 올 들어 지금까지 매출이 지난해 대비 37% 뛰었다.

편의점에서 700원짜리 삼각김밥이 판매량 1위라는 점도 경기 침체 때문에 저렴하게 한끼를 해결하려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한동안 유행을 타고 불티나게 팔리던 고급 해외산 소비재들의 수입은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시작된 와인 열풍은 얇아진 지갑과 폭등한 환율 앞에서 급속히 식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241t이었던 와인 수입량은 올해 11월 1695t으로 위축됐고 수입액은 같은 기간 1452만5000 달러에서 998만5000 달러로 31% 이상 감소했다.

10월 와인 수입액이 952만3천 달러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2개월 연속 1000만 달러를 밑돈 것이다. 와인 수입액이 월 1000만 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6월 이후에 지난 10월이 처음이었다.

위스키도 불황 국면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11월의 위스키 수입액은 1674만9000 달러로 지난해 11월(2533만2000 달러)에 비하면 34% 떨어졌다. 골프채도 마찬가지여서 지난해 11월 1958만3000 달러였던 수입액이 올해 11월에는 1520만5000 달러로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