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전략)예상하지 못했던 복병

by권소현 기자
2008.04.15 08:13:16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신용경색이 쉽사리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 GE의 실적충격에 이어 간밤 와코비아의 예상밖 손실까지, 우려했던 대로 `어닝쇼크`가 이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전망 대로 미국 어닝시즌은 혹독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 7개국(G7)에서도 그렇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도 우려들이 쏟아져 나왔다. 신용위기 `바닥론`은 점차 힘을 잃고 있는 분위기다.

달러화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G7에서의 경고도, 공조체제 전망도 크게 개의치 않고 경기후퇴라는 펀더멘털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높아졌고, 이에 따라 유가는 상승탄력을 받아 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대외변수로만 보면 환율이 오랫동안 머물렀던 970원대 박스권을 탈출해 쉽게 980원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풀이 죽어있었던 시장도 차츰 활기를 되찾고 있다. 최근 저조한 거래량을 보이며 970원 중반에서 오도가도 못했지만 어제는 모처럼 보폭을 넓혀 980원 근처로 성큼 다가섰고, 거래량도 8거래일만에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외국인은 최근 사흘간 거래소에서 1조원 넘게 순매도했고 일부는 역송금으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전일 현대차, KT&G에 이어 이날 우리금융이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어서 수요우위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다만, 생각치 못했던 복병이 하나 등장했다. 바로 98년 외환위기때 발행된 30억달러 규모의 달러표시 국채(외평채) 만기 상환 물량.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상환되는 것으로, 15일 뉴욕뱅크 싱가포르 지점을 통해 외평채 보유자들 계좌에 달러로 입금된다.

발행 당시 해외투자자들을 통해 소화됐지만 유통시장에서 상당부분 국내 거액 자산가들 수중으로 넘어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만기물량 30억달러 가운데 20억달러 이상을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이 물량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물론 금융권에서 브라질 채권 등 해외 투자로 유도하고 있고, 또 대부분 환헤지를 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환시에 큰 충격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그러나 이미 알려졌거나 예고되지 않았던 재료인 경우는 간혹 심리적으로라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