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전설리 기자
2008.01.24 08:25:50
[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중요한 책무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억제 유도.
이 두 가지가 균형맞춰 실현되도록 수많은 경제지표들을 수집, 분석해 통화정책을 운용한다.
그런데 최근 연준이 첫번째 책무를 소홀히 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연준은 지난 해 하반기 금리인하를 결정하면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했었다. 주택시장 침체와 신용 위기가 실물경제로 확산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 배경이었다.
무엇보다 고위험의 파생상품에 투자해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된 금융권 구제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연준의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주택시장 침체와 신용 위기는 미국의 실물 경제로 파급됐다. 미국 경제의 양대 버팀목인 소비와 고용은 이미 이 영향권 안에 들어섰다.
미국발 경기후퇴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시 한번 패닉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지난 여름 신용 경색으로 인한 패닉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러서야 연준은 경기후퇴(recession) 위험성을 인정하고 긴급 금리인하 조치에 나섰다. 불과 몇 개월만에 자신이 내린 판단과 의지를 손바닥 뒤집듯 뒤집은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때늦은 정책 운용으로 미국 경제는 이미 후퇴 일로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한 마디로 전날 긴급 금리인하 조치가 `뒷북`이었다는 것.
올들어 내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인 뉴욕 증시는 연준의 기습 금리인하에도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채권보험사 구제책 논의가 드라마틱한 급반등을 유도하기 전까지 다우 지수는 300포인트 이상 추락했다. 전날의 하락폭까지 합하면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하에도 500포인트 가까이 미끄러진 것이다.
루더포드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빌 루더포드 회장은 "지난 12월 이래 시장은 연준의 경기후퇴 방어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꼬집었다. 현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연준이 12월 25bp가 아닌 50bp의 금리인하를 단행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루더포드 회장은 "연준은 전날 75bp 인하로 이를 만회해 보려고 하고 있지만 이미 때는 늦은 것 같다"며 "미국의 경기는 이미 후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모간 키간의 케빈 기디스 이사는 "연준의 금리인하가 있던 없던 간에 경제는 힘든 시간들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전히 팽배한 경기후퇴 우려 속에 시장 관계자들은 이날의 급반등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크리스토퍼 J. 포브스의 제임스 맥과이어 부회장은 "반등했지만 시장을 침체로 몰아넣은 광범위한 이슈는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아메리칸 증권의 로저 볼츠 전략가는 "시장이 이날 오후 반등 모드에 들어섰지만 하락 추세가 끝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장기적인 차트 패턴상 손상이 심각한 상황으로 랠리 속에서도 매도 포지션을 취한 투자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