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에…당국, 스트레스완충자본규제 유예 검토
by김형일 기자
2024.12.15 10:09:52
금감원 "BIS기준 지키며 재량권 범위 내 기준 조정 가능"
환율 10원오르면…금융지주 자기자본비율 최대 0.02%p↓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비상계엄 사태 후 원·달러 환율이 치솟자 금융당국이 스트레스완충자본규제 유예 등 자본 건전성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15일 “은행권의 여러 건의를 바탕으로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 유예를 비롯해 건전성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을 지키면서도 국가별 재량권 범위에서 기준을 조정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탄핵 정국에…당국, 은행 '추가자본 적립' 유예 만지작 )
금융당국은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 연말부터 17개 국내은행과 8개 은행지주회사에 대해 추가 자본인 스트레스완충자본 적립을 의무화할 계획이었다. 해당 규제는 스트레스테스트(위기상황분석) 결과와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 수준에 따라 최대 2.5%포인트까지 기존 최저자본 규제 비율에 더해 추가 자본을 적립하는 게 골자다.
지난 5월부터 1%로 상향 조정된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수준도 완화할 수 있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은 신용 팽창기 은행에 추가 자본을 0~0.25%까지 적립하도록 하고 신용경색 발생 시 자본 적립 의무를 완화해 이를 활용하는 제도를 뜻한다. 해당 방안은 금융위 의결을 거쳐 즉각 시행할 수 있다.
은행권은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자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14일 새벽 2시 원·달러 환율은 1435.2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자기자본비율이 약 0.01~0.02%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이 준수해야 하는 BIS 규제비율은 보통주자본 8%, 기본자본 9.5%, 총자본 11.5%다. 금융 체계상 중요한 은행(D-SIB)은 1%포인트를 가산해 총자본비율을 규제한다. 올 3분기 말 5대 시중은행의 총자본비율은 KB국민은행 16.75%, NH농협은행 16.16%, 신한은행 15.85%, 우리은행 15.63%, 하나은행 15.42%로 규제 비율을 3~4%포인트 웃돌았다.
금감원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보험사 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이 떨어질 위기에 처하자, 경과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정기적으로 2년마다 경과조치를 신청할 수 있고 시장 변동이 클 때는 수시로 신청할 수 있다”며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보험사 신청이 있을 시 적극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K-ICS 비율은 금리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신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금리 하락은 자본을 감소시켜 K-ICS 비율을 떨어뜨리는데 비상계엄 사태 후 금리 인하 경로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보험사들은 K-ICS 비율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경과조치는 보험사들의 장수·해지·사업비·재해리스크 등 요구자본 변동을 최장 1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인식하는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