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롯데에서 SK로? 아니면 여전히 롯데?[마켓인]
by안혜신 기자
2024.08.25 12:20:00
[크레딧시장 요인 점검]④
PF 우려 한숨 돌렸는데 롯데케미칼 '부정적' 전망
주력 계열사 전망 낮아지며 신용도 리스크 다시 점화
SK온 부진한 SK그룹도 여전히 '불안불안'
[이데일리 마켓in 안혜신 기자] 국내 그룹사 중 신용도 리스크가 가장 높았던 곳은 최근 몇 년 사이 롯데그룹이었다. 롯데건설을 중심으로 한 불확실성이 그룹 전반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한동안 리스크를 떨쳐내는 듯 싶었던 롯데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011170)이 흔들리면서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그룹 역시 주력 계열사들이 흔들리면서 롯데의 아성(?)을 넘보는 모습이다.
25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용평가사 정기 신용평가에서 신평사 3사 모두 롯데케미칼(AA)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롯데그룹은 작년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로 인해 롯데건설이 흔들리면서 신용 리스크가 커져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 부동산 PF 우려가 예상보다 확산하지 않으면서 한숨 돌리는 분위기였다. 작년 ‘롯데’만 달았다하면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기록하거나, 채안펀드의 도움을 받아야 간신히 미매각을 면할 정도로 시장 반응도 싸늘했다.
그나마 올해 들어서 채권 시장이 호황을 이어가고,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롯데는 어느 정도 리스크를 떨쳐내는 것처럼 보였다. 공모채 시장에서도 채안펀드 도움없이 완판을 기록하는 등 한결 부드러워진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상반기 막판 급격히 반전됐다. 롯데케미칼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강등됐기 때문이다. 정유화학 업종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재무안정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지난 2분기 영업손실 1112억원을 기록하면서 3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그동안 롯데케미칼 지급보증으로 신용등급을 한 단계 끌어올려 공모채를 발행하던 롯데건설(A+)이 지난달 독자적으로 공모채를 발행한 것도 롯데케미칼의 악화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롯데건설은 1.5년물 1200억원 모집에 570억원, 2년물 300억원 모집에 200억원의 주문을 받아내는데 그쳤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화학부문 현금창출력 회복 지연과 그룹 주요 계열사 투자확대 등으로 차입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비주력 사업 매각 등으로 재무부담이 덜어질 수 있을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K는 올 들어서 SKC(A+)와 SK어드밴스드(A-) 등의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낮아졌다. 다만 롯데케미칼처럼 그룹의 주력 계열사는 아니라는 점에서 롯데보다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전반적으로 차입금 부담이 큰 SK그룹 역시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SK의 경우 SK하이닉스(000660), SK이노베이션(096770), SK온 등이 관심사다. 그나마 SK하이닉스의 경우 반도체 업황 악화로 한동안 등급 강등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서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면서 한숨 돌리는 모양새다.
문제는 SK온이다. 배터리 사업의 중심에 있는 SK온의 실적 부진으로 인해 SK이노베이션까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최근 SK이노베이션과 SK E&S와의 합병 계획을,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의 합병 계획을 결의하면서 사업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상황이다. SK온은 업황 성장 둔화와 미국공장 가동차질의 여파로 부진한 영업실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설비투자(CAPA) 증설로 올해 총 7조5000억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중단기간 영업현금흐름 대비 과중한 투자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연간 6000억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SK온의 영업손실 규모는 이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합병으로 인한 차입부담 완화 및 영업실적 하방 지지가 일부 긍정적으로는 작용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신용도 방어를 위해서는 자체 사업 펀더멘털 개선과 자구책 시행을 통한 추가적인 재무부담 완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