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전기차 대중화 촉진하려면
by이준기 기자
2024.02.02 06:15:00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최근 글로벌 전기차 성장세가 주춤하다. 2018~2022년 동안 연평균 45.6%를 기록한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은 작년에는 31.4%로 줄었고 올해는 21.0%로 둔화할 전망이다. 한국의 전기차, 이차전지, 양극재 등 전기동력화 품목의 수출증가율도 2022년 69.1%로 정점을 찍은 후 작년엔 28.1%로 둔화했다.
전기차 시장에 대한 비관적 견해도 나오고 있다. 전기차 고객이 얼리 어댑터를 지나 대중화 단계로 진입하면서 수요가 둔화한다는 지적이다. 일반인들은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차의 낮은 안전성, 짧은 주행거리, 상대적으로 높은 차량 가격에 대해 불만이다. 각국 정부가 지속 전기차 보조금을 제공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 문제는 더 부각할 수도 있다. 충전 문제는 전기차 확산의 최대 걸림돌이다. 충전 불편성이 대중화 단계에서 일반인의 과감한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 연말 대선에서 공화당 트럼프가 당선되면 전기차 시장은 냉각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다. 트럼프는 지난 1월 15일 아이오와주 공화당 대선후보 첫 경선에서 51% 지지를 받아 승리한 후 뉴햄프셔에서 승리하면서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를 공약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그는 재선공약 ‘어젠다 47’에서 전기차와 청정에너지 산업을 촉진하는 IRA 등 바이든 정부의 기후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이 경우 미국의 전기차·배터리 산업 위축 우려가 있다.
낙관론자들은 다른 생각이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속도 지연은 있을 수 있으나 전기차는 결국 대세가 될 것이란 의견이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더라도 주 정부나 로컬 정부 수준에선 동 협약에 잔존할 것이고 대부분 민간 기업들이 탄소중립 대규모 투자를 이미 실행하고 있어 이를 후퇴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것이다. 하원의원 전원이 교체되고 상원의원 중 3분의 1도 교체되는 연말 선거에서 공화당이 정부와 의회 모두에서 승리하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IRA 폐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탄소중립, 배터리나 전기차 산업 육성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갖고 있어 트럼프의 역행도 쉽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차의 높은 가격은 저가 고성능 배터리 개발이나 규모의 경제 실현 등으로 해소될 것이며 기존 배터리 고도화나 전고체 배터리 개발로 인해 전기차 안전성 문제도 조만간 해소될 것이란 시각이다. 충전 불편 문제도 정책 선택에 따라선 별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판단컨대 기후변화 대응 글로벌 노력이 일시적으론 후퇴하는 것으로 보여도 지속 확산해 온 점을 고려하면 전기차 활성화는 장기적으로 불가피하다. 결국 우리로선 전기차 관련 시장을 어떻게 선점해갈 것이냐가 중요하다. 업계의 혁신노력은 물론이고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 특히 정부로서는 보조금 제공, 기술개발 지원 등도 지속해야겠지만 대중화 단계의 전기차 시장을 감안해 일반인의 충전 불편성 해소 노력을 기울이는 게 중요해 보인다.
한 조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경우 주유소형 충전소 중 약 27%는 고장나 있고 10% 정도는 요금 납부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전기차와 충전기간 통신 불량으로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어 조사한 충전소 중 약 40%가 무용지물이 됐다. 우리도 충전소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잦은 고장이 문제가 되곤 한다. 중국의 선택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아파트 문화가 확산하는 중국에서는 ‘세대별 주차공간 지정제’를 도입해 세대별로 완속충전기로 설치토록 함으로써 휴대폰 방식으로 집에서 충전이 가능토록 했다. 일반인들의 충전 스트레스가 사라지면서 전기차 보급이 크게 확산한 것이다. 연간 3000만대가 판매되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는 40%를 차지한다. 대중화 단계로 진입한 전기차 시장, 우리도 아파트 내 ‘세대별 주차공간 지정제’와 ‘완속 충전기 활용 촉진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