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명부` "어차피 이재명은 부결" 속 드리운 민주당의 분열[국회기자 24시]

by이상원 기자
2023.02.25 10:35:00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 D-2
민주당, `단독 부결` 예고
비명 "겉으로 단결된 모습일뿐"
`부결 후 사퇴` 공개 목소리 검토에
또다시 분열위기 맞은 민주당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보고됐습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오는 27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인데요.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로부터 민주당은 거듭 ‘단일대오’를 강조해왔고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부결’이 점쳐집니다.

비명(非이재명)계에서도 “‘어명부’(어차피 이재명은 부결)”라며 당내 결속이 완전히 이뤄진 것처럼 보입니다. 다만 비명계의 부결 주장엔 조건이 달린 듯합니다. ‘부결 후 사퇴’ 등 이 대표의 결단 촉구 등인데요. 민주당이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부결 여부보다도 이후에 찾아올 당내 분열 조짐에 더 촉각을 세우는 이유입니다.

이재명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9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와 관련해 이야기하며 웃음 짓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체포동의안은 국회 재적의원(299명)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됩니다. 현재 민주당 의석수가 169석이기에 ‘단독 부결’이 가능합니다. 전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부결’에 힘을 실으며 민주당은 한 표를 더 확보했죠.

국민의힘(115석), 정의당(6석), 시대전환(1석)이 체포동의안 찬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들 중 28표 이상 찬성할 시 가결될 수 있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이 대표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49%로, 구속 반대(41%) 의견보다 높았습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여론 지형도 이 대표에 유리한 상황은 아니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부결’에 총의를 모아 문제가 없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대국민 규탄대회, 결백함을 읍소한 친전, 당내 의원총회 신상발언에 이어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결백함을 재차 호소한 것이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합니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부결 여부에 대해선 더이상 걱정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지난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모두가 자율적이고 당당하게 투표에 임해서 윤석열 검사독재정권의 무도한 야당탄압을 함께 막아내자고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한 번 민주당의 ‘원팀’ 정신을 내세우며 이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민주당의 모습을 강조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4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다만 일각에선 겉으로만 ‘단결’된 모습이라고 주장합니다. 검찰의 폭력적인 수사 행보와는 별개로 ‘이 대표 체제’를 문제 삼으며 총선을 위한 민주당의 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뜻인데요. 비명계를 중심으로는 이 대표에 또다시 구속영장이 청구될 시, 영장실질심사를 받거나 사퇴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비명계인 설훈 의원도 의원총회에서 “일단 우리가 하나로 똘똘 뭉쳐서 하나가 돼 이 대표를 지켜야 총선을 이길 수 있다”고 했지만 “그 이후의 일은 나중 일”이라며 내부 분열을 암시하기도 했죠.

조응천 의원은 지난 23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설 의원의 발언을 두고 “거기에는 어떤 전제가 있는데 이번엔 부결을 시키되 대표가 모종의 결단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결단이 대표직 사퇴’를 의미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조 의원은 “그렇다는 것”이라고 답했죠.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음에는 좀 그런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당당하게 오면 그다음에 거취로 누가 얘기를 할 것인가. 아마 당 지지율도 꽤 올라갈 것”이라고 전했고, 권노갑 상임고문도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이번에는 우리가 함께 뭉쳐 이를 부결시키되, 다음번에는 떳떳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당 대표로서 솔선수범하는 ‘선당후사’의 정신을 발휘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며 이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뉘앙스로 말했습니다.

다만 비명계에서 ‘일단 부결’을 외치는 데에는 당내 계파 싸움은 가·부결 여부와 상관없이 이뤄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한 비명계 의원은 “당 내부의 일은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맞다”며 “굳이 민주당의 일을 국회 전체로 확산할 필요가 있느냐”고 전했습니다. 이들은 다른 사안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될 시, 이 대표에 거취 표명을 요구하는 공개 목소리를 낼 방침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친명(親이재명)계에선 ‘극히 소수’의 의견이라고 치부하면서도 개인적 회동을 통한 회유를 하는 등 ‘이재명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 총력을 쏟는 모양새입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분열될 일은 없다. 과도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당권을 잡은 만큼 모든 이슈의 정점에 이 대표가 있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입니다. 다만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과 비전마저 이른바 ‘이재명 검찰리스크’라는 블랙홀에 잠식당하는 것도 사실이죠.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는 것이 민주당의 존재 이유라고 이 대표가 직접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경청’이 이 대표의 특장점인 만큼 앞으로의 이 대표의 행보가 더욱 주목됩니다.

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