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스페셜]메디톡스, ‘美’ 진출 시나리오는 어찌되나?

by박미리 기자
2021.09.17 08:03:19

애브비, 8년만에 '액상형 보톡스' 기술반환
메톡, 美진출 전략 수정 '기술반환 배경'에 달려
최악은 임상 실패…경쟁사 발목잡기는 긍정적
대웅 美판매사 2곳 활용 가능성도 제기
"독점계약, 미용·치료 모두 대웅 제품 외 취급 불가"

[이데일리 박미리 기자] 미국 앨러간(현 애브비 자회사)의 보툴리눔톡신(이하 보톡스) 후보물질 권리 반환으로 메디톡스의 미국시장 진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업계에서는 메디톡스가 최대 보톡스 시장인 ‘미국’을 포기하기 어려운 만큼 자력, 다른 파트너사 물색 등으로 전략을 수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디톡스 측도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내부적으로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과연 메디톡스는 어떤 방안을 택할 수 있을까.

메디톡스(사진=이데일리DB)
애브비가 무른 계약은 메디톡스와 2013년 체결한 ‘약 3989억원 규모 액상형 보톡스(MT10109L) 기술이전’ 건이다. 8년 만에 이뤄진 기술반환이지만 명확한 배경이 알려지진 않았다. 보톡스업체 관계자는 “애브비가 기술반환을 한 이유가 이번 사안의 핵심”이라며 “무엇인지에 따라 메디톡스가 놓이는 상황이 극명하게 달라진다”고 했다.

업계에서 꼽는 최악의 경우는 ‘품목허가 취소’ 여파다. 올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메디톡스(086900)의 액상형 보톡스 ‘이노톡스’가 의약품 품목허가 및 변경허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안정성 시험자료를 위조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그 동안 MT10109L은 이노톡스와 동일한 제품이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대웅제약(069620)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 의혹을 기반으로 지난 5월 조사를 요청했다.

다른 보톡스업체 관계자는 “애브비에서 ‘안정성’ 이슈로 임상 3상 이후 판매 승인까지 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이 경우 자료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로 자료를 돌여받아도 큰 의미가 없다. 메디톡스는 미국 진출을 위해 임상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한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선 메디톡스에서 이노톡스와 MT10109L이 동일제품이 아니라고 못박은 점, 보톡스 임상은 신약 대비 까다롭지 않다는 점을 들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보톡스업체 관계자는 “보톡스 임상은 동등성 입증이다. 케미컬로 따지면 제네릭 임상인 셈”이라며 “임상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우려는 과할 수 있다”고 했다. 일단 메디톡스는 올해 초 투약이 끝난 MT10109L 임상 3상 자료를 건네받아 결과를 분석하는 중이다.

애브비가 애초부터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계약을 체결한 경우는 이보단 나은 상황으로 꼽힌다. 이는 임상 3상 결과에 문제가 없다는 전제하다. 국내 업계에선 MT10109L 임상 진전이 늦어지자 애브비의 의도에 의구심을 제기해왔다. 2013년 현지 판매사와 계약을 맺은 후 2016년 4월 임상 3상 결과 발표, 2019년 5월 미국 판매를 시작한 대웅제약과 비교해도 속도가 더뎠다. 현지 의사들도 애브비가 고의로 MT10109L 임상을 늦추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을 정도다. 당시 애브비는 총 1350만달러(당시 150억원 정도)에 합의했다.

이 경우라면 임상 3상 자체엔 문제가 없기 때문에 메디톡스는 그대로 미국시장 진출을 준비하면 된다. 물론 애브비를 통해 진출하려던 당초 계획보다 시점은 다소 늦춰질 수밖에 없다. 신한금융투자에서는 내년 상반기 FDA에 품목허가신청서(BLA) 제출해 2023년 판매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메디톡스의 미국시장 진출 방법은 크게 자력, 다른 파트너사 물색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해 다른 파트너사와 협업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보톡스업체 관계자는 “인허가 신청까진 홀로 진행해도 국내 바이오사가 판매까지 담당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며 “파트너사를 찾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제기된 가능성이 대웅제약 보톡스 판매사인 미국 바이오사 ‘에볼루스’와 ‘이온바이오파마’ 활용이다. 현재 메디톡스는 에볼루스의 지분 13.7%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비상장사인 이온바이오파마 지분도 20% 보유했다. 모두 올해 대웅제약 보톡스 수입금지 조치 철회에 합의하면서 받은 지분이다. 여기에다 에볼루스와 11년9개월, 이온바이오파마와 15년간 순매출에 연동해 로열티도 받기로 했다. 메디톡스로선 연이 없는 회사보다 지분, 로열티 등의 연이 있는 두 회사와 협업을 논의하는 게 수월하다.

다만 두 회사는 대웅제약과 ‘독점공급’ 계약을 맺은 상태다. 대웅제약은 미용목적 제품에 대해선 에볼루스, 치료목적은 이온바이오파마와 각각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에볼루스 2024년 5월(출시 후 5년)까지, 이온바이오파마 2029년 12월 또는 출시 후 5년까지다.(자동연장 3년 조항 부착) 이를 감안할 때 메디톡스는 타깃 시장이 같은 에볼루스와 2024년 2월 전까지 손을 잡을 수 없다. 이온바이오파마도 마찬가지라는 전언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온바이오파마도 대웅제약과의 독점 공급계약에 따라 미용 영역이건 치료 영역이건 나보타 외의 보툴리눔톡신 제품을 취급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메디톡스가 두 회사와 협업할 수 있는 시점은 빨라도 2024년 5월 이후(에볼루스 기준)다. 이때 메디톡스는 에볼루스에 대웅제약보다 지분이 많은 주요주주라는 점을 내세워 자사 제품을 판매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 대웅제약은 에볼루스 지분 5.7%, 이온바이오파마 전환사채(기업공개 직전 9.99% 비율로 보통주 전환 조건)를 보유 중이다. 혹은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보톡스를 공동으로 판매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전자는 에볼루스가 대웅제약이 아닌 메디톡스를 선택할 때 실익이 확실히 커야하고 후자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모두 동의해야 실현 가능하다.

두 회사와 제휴를 포기하고 다른 파트너사를 찾을 수도 있다. 올해 체결한 로열티 계약 덕분에 대웅제약 보톡스가 많이 판매될 수록 메디톡스에게 돌아오는 수익도 많아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