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에 가려진 외국인…찔끔 사도 수익률 무시못해
by고준혁 기자
2021.01.07 02:30:00
올해 코스피 수익률 3.3% 넘은 업종 9개
외국인 8개 순매수·개인은 8개 순매도
달러인덱스 횡보로, 당분간 외국인 패시브 유입은 어려워
"미중 갈등 완화 시 위안화 강세돼 원화 추가 절상"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연초 코스피가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3000을 터치하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은 동학 개미다. 투자 주체 중 유일하게 대규모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어서다. 다만 외국인이 사들인 종목들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데다 여건이 갖춰질 경우 추가 자금 유입 가능성도 있다. 동학 개미에 가려진 외국인들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2.36포인트(0.75%) 하락한 2968.21에 마감했다. 그러나 이날 장에서 3027.16을 기록 사상 최초로 장중 3000을 넘겼다. 3000 시대의 주역은 개인이다.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개인은 3조4887억원을 사들였다. 반면 기관은 3조954억원, 외국인은 5160억원 각각 순매도했다. 몇 달 전 상황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외국인은 지난해 11월 수급 주체 중 유일하게 4조9938억원을 순매수하며 코스피 상승을 이끈 바 있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사그라졌음에도 이들의 매매 동향은 여전히 주시 대상이다. 수익 부분에선 개인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거래일간 코스피 상승률은 3.3%다. 이를 뛰어넘은 업종은 비금속광물(11.43%)과 운송장비(6.41%), 화학(6.38%), 증권(5.82%), 건설업(5.37%), 철강·금속(5.12%), 운수창고(4.42%), 통신업(4.07%), 금융업(3.46%) 등 총 9개다. 해당 업종 중 건설업을 16억원 순매도한 것을 제외하면 외국인은 코스피 수익률을 상회한 전 업종을 모두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운송장비를 2070억원 사들인 것 외엔 모두 팔았다. 수익률이 높은 업종은 사실상 외국인이 이끌고 있는 셈이다.
당분간 시장 전체를 사는 것을 뜻하는 패시브 성격의 외국인 자금의 추세적 유입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달러 인덱스와 원·달러 환율은 저점을 찍은 뒤 횡보 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되는데다 외국인은 현물뿐 아니라 선물도 팔고 있어서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화가 현재 1100원선을 지키고 있는데, 정부에선 경기 회복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해당 수준에서 더 하락하진 않을 것 같다”며 “추세적으로 볼 순 없고 차익 실현으로 해석해야겠지만, 최근 외국인이 선물도 팔고 있는 등 당분간 외국인 자금은 액티브 성격을 띠며 대규모로 유입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정식 취임한 후 미중 관계가 개선될 경우 원화 강세가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최근 들어 중국이 미국을 향한 유화적 신호로 위안화 절상에 나서고 있는데 관계 개선 여부를 두고 절상 폭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미중 갈등이 완화할 경우 위안화 절상 폭은 더 커질 수 있어 바이든 행정부는 주요 변수”라며 “위안화 절상 기조는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 강화와 원화 추가 절상 압력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