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배터리 물적분할…동학개미가 막을 수 있나

by양희동 기자
2020.09.23 02:00:00

상법 최저 기준 '3분의 1'찬성은 LG지분서 충족
의결권 행사율 관건…65%이하면 이변 없을듯
전자투표제 도입 변수…반대 '실익'없단 시각도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LG화학(051910)이 전기차 분야 세계 1위에 오른 전지(배터리)사업본부를 물적분할해 오는 12월 ‘LG에너지솔루션’(가칭) 출범을 발표하면서, 핵심 사업 분사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동학개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LG화학은 다음달 말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배터리 사업의 물적분할을 확정할 예정인 가운데, 전체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의 표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행 상법상 이번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 비율이 50% 이하일 경우 전체 지분 ‘3분의 1’을 보유한 ㈜LG의 결정이 그대로 확정되는 만큼 소액주주들의 참여율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오는 10월 30일 열릴 임시 주총에서 전지사업본부 물적분할을 확정하기 위해서 주총 출석 주주의 의결권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LG화학의 정관상 일반 안건 의결 기준은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과반 및 발행주식총수 ‘4분의 1’이지만, 물적분할은 특별결의사안이라 상법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

LG화학 소액주주인 동학개미들은 기존 주주가 신설회사의 주식을 종전 지분율대로 배정받는 인적분할이 아닌, 100% 자회사로 편입되는 물적분할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 배터리 사업의 분사로 인한 LG화학의 기업 가치 하락 우려도 커지며 주가(종가 기준)도 이달 3일 76만 8000원에서 21일 62만 7000원으로 18.4%나 하락했다. 특히 개인 투자자는 물적분할을 공시한 17일 이후 사흘간 48만 7176주(약 3200억원 규모)나 순매도했다.

이런 동학개미들의 우려와 실망감 속에서 임시 주총의 표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표면적으로는 LG화학의 소액주주는 지난 6월 말 기준 11만 6954명에 달하고 지분율도 54.33%로 절반을 넘어 물적분할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LG화학의 최대주주인 지주회사 ㈜LG가 지분의 33.34%(보통주 기준)를 가지고 있어 물적분할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2012년 상법 개정으로 물적분할을 위한 의결권 행사율은 전체 ‘3분의 1’이란 하한선만 있고 과반 참석 등 정족수 규정이 없다. 따라서 이론적으론 의결권 행사율이 50%이하라면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가 ㈜LG가 보유한 전체 지분 ‘3분의 1’과 같아져 다른 주주들의 반대 여부와 관계없이 안건은 무조건 통과된다. 실제 2016년 11월 LG화학이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할 당시, LG생명과학의 임시 주총 의결권 행사율은 42.5%였다. ㈜LG 등은 LG생명과학 지분의 30.99%를 가지고 있었고 국민연금(10.41%)은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아, 지주회사 지분만으로도 출석 주주 의결권 ‘3분의 2’ 조건을 넘기며 합병이 승인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분 약 10%를 보유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이번 물적분할에 반대할 가능성은 낮다”며 “의결권 행사율이 65% 이하면 반대표 여부와 관계없이 곧바로 통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화학이 이번 임시 주총부터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부분과 주주들의 높은 관심을 감안하면, 의결권 행사율이 정기 주총 수준 이상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LG화학의 올해와 지난해 정기 주총 의결권 행사율이 각각 76.4%, 77.8%였다.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이 행사된다면 LG화학은 전체 지분 중 50%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고 ㈜LG 지분을 빼고 20% 가까운 추가 찬성이 요구된다.

전자투표제 도입으로 의결권 행사율이 높아질 여지도 있다. 앞서 삼성전자(005930)는 올 정기 주총부터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의결권 행사율이 전년 79.26%에서 올해 86.54%로 7.28%포인트 상승했다. LG화학도 유사한 증가세를 보인다면 의결권 행사율이 80% 이상으로 높아져 추가적 찬성표 확보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국인 지분(36.46%·21일 기준)을 뺀 소액투자자 지분은 20% 수준에 그쳐, 동학개미의 의결권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또 소액주주들이 반발하는 이유가 ‘주가 하락’이기 때문에 임시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져도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영업양수나 합병은 주주가 주총에 참여해 반대 의사를 밝히면 회사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어, 소액 주주들이 주총에서 반대를 많이 한다”면서도 “물적분할은 주식매수청구권이 없기 때문에 단지 주가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기를 쓰고 반대할 유인이 적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22일(현지시간) 열린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LG화학의 배터리 구입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