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대차보호법 시행 부작용은 누가 책임지려나

by논설 위원
2020.08.03 05:00:00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전격 시행되면서 전월세 시장이 극심한 마찰에 처했다. 기존 세입자들의 입장에서는 전월세 기간이 끝나더라도 계약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받음으로써 유리한 위치에 놓인 것이 시실이지만 주택 소유자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재산권을 침해받게 됐기 때문이다. 재계약을 하면서 임대료를 5% 넘게 올리지 못하도록 규정한 ‘전월세 상한제’도 마찬가지다. 임대차보호법이 이런 내용으로 개정되면서 이미 혼란이 예고됐던 터다.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임대차시장에서 전세 매물이 사라질 것으로 보여 가급적 전세를 원하는 세입자들에게도 피해가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주말부터 새로운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됨에 따라 부동산중개업소마다 관련 문의가 빗발친 데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앞으로 4년간 전셋값을 올리지 못하게 되는 것이냐”, “지금 전세를 월세로 돌릴 수는 없느냐”라는 집주인들의 우려 섞인 문의에서도 앞으로 전세 시장이 위축될 것임을 짐작하게 된다. 새 법의 시행으로 시장의 선택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전세는 남의 집에 세를 들면서 일정한 금액을 보증금으로 맡겼다가 퇴거할 때 다시 찾아가는 제도다. 외국에는 유례가 별로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제도라고 하지만 세입자에게는 매달 월세를 내는 것보다 훨씬 유리한 측면을 지닌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무주택자가 전세로 살다가 새로 집을 장만하는 경우가 많았던 게 그런 때문이었다. 특히 요즘처럼 금리가 최저로 낮아진 상황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여당 내에서는 “앞으로 전세는 사라질 제도”라며 자신들이 추진한 입법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분위기다.

부동산세법 등 다른 법안들도 국회 처리를 거쳐 줄줄이 시행될 예정이라는 점도 문제다. 여당이 심사과정을 무시하고 야당의 반대의견조차 묵살한 채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고 있다는 것부터가 심각하다. 지난 주말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집주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정부를 향해 시위를 벌인 이유다. 이미 불만의 활시위는 당겨졌다. 지금 당장은 세입자를 보호한다고 하지만 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지 따지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