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e프리퀀시가 뭐길래…커피 사재기 부른 ‘서머 레디백’

by김보경 기자
2020.05.24 10:02:15

300잔 주문후 커피는 두고 사은품만 챙겨가
14잔 에스프레소 텀블러에 담아가는 사람들
이벤트 2달 남았는데 조기품절 소식에
e프리퀀시 스티커·서머 레디백 중고거래 활발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스타벅스가 여름마다 진행하는 e프리퀀시 이벤트가 대박을 넘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아직 이벤트 기간이 두 달이나 남았지만 인기 품목이 품귀현상을 빚으며 에스프레소 14잔을 주문하는 소비자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서울 여의도의 한 매장에서는 커피 300잔을 주문하고 사은품만 가져간 소비자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 21일부터 e프리퀀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7월22일까지 약 두 달간 진행된다. 계절음료(미션음료) 3잔을 포함해 17잔의 음료를 구매하면 사은품을 준다. 올해 사은품은 ‘서머 체어’와 ‘서머 레디백’으로, 둘 중 선택해 받을 수 있다. 작년까지는 총 15잔의 음료 구매시 사은품을 줬는데 올해는 17잔으로 2잔을 더 구매해야 한다.

스타벅스의 e프리퀀시 이벤트 사은품은 매년 품목이 바뀌는 데다 물량이 한정돼 있어 스타벅스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특히 지난해 여름 선보인 비치타월과 2018년에 제공한 돗자리는 행사 중반 이후부터 품귀 현상을 보여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웃돈을 주고 거래하는 일이 벌어졌다.

올해 사은품 중 서머 레디백은 출시 전부터 품귀 현상이 예상됐다. 코로나19로 야외가 아닌 집 베란다나 마당 옥상 등에서 가볍게 즐기는 ‘홈캠핑’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둘 다 실용적이기도 하지만 특히 서머 레디백은 디자인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옥션에 나와 있는 스타벅스 서머 레디백.(옥션 홈페이지 캡처)
그러다보니 이벤트 시작 직후부터 커피 사재기를 통해 받은 서머 레디백 후기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14잔을 에스프레소로 구매하고 나머지 3잔은 미션음료로 구매하는 것. 에스프레소가 3600원으로 일반 메뉴 중 가장 저렴하고 용량이 작다. 직장동료나 친구들과 음료를 나누기도 하지만 워낙 많은 양의 커피를 주문해야 하는 탓에 텀블러를 들고 가 한꺼번에 에스프레소를 담아온다. e프리퀀시 17잔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대략 에스프레소 14잔, 미션음료(프라푸치노 등 6100원) 3잔을 구매하면 6만8700원이다.



스타벅스 여의도의 한 지점에서 한 소비자가 무려 커피 300잔을 주문하고 사은품만 챙겨 돌아간 사례도 이러한 커피 사재기의 한 예다. 해당 소비자는 주문한 커피에 ‘자유롭게 가져가서 드시라’며 메모를 남겨 일부 고객들이 커피를 가져갔지만 대부분 커피가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나라 카페에 올라온 서머 레디백.(중고나라 카페 캡처)


좀 더 편한 방법으로 e프리퀀시를 중고거래를 통해 얻는 방법도 성행하고 있다.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앱)의 ‘e스티커 선물하기’ 기능을 이용하면 자신이 모은 스티커를 다른 사람에게 보낼 수 있어 중고거래가 가능하다. 현재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e프리퀀시 스티커가 낱장부터 17장 완성본까지 거래되고 있다. 낱장 중 일반음료 스티커는 장당 2000~3000원, 미션음료 스티커는 4000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17장의 스티커를 모두 모은 완성본은 6만5000~7만원에 거래 중이다.

17잔의 음료를 모두 구매하거나 중고거래를 통해 스티커를 모으는 데만 7만원에 가까운 금액이 들어간다. ‘서머 레디백’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현재로서는 그렇다. 이벤트 첫날부터 중고거래에 풀리기 시작한 서머 레디백은 처음에는 7만원에 거래되더니 8만원, 9만원대까지 가격이 올랐다. 이날 옥션에는 10만원이 넘는 금액에 해당 물품이 올라오기도 했다.

재고가 없는 스타벅스 지점이 많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격이 점차 오르고 있다. 만약에 원하는 상품이 조기품절 되면 다른 상품을 받거나 이도 없으면 커피 쿠폰 2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커피 사재기와 서머 레디백 품귀현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만난 회사원 김씨는 “커피 300잔에 비하면 텀블러에 에스프레소를 받아가는 것은 양호한 편”이라며 “1인당 수량제한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회사원 이씨는 “e프리퀀시 이벤트 때마다 이런 일이 생기니 스타벅스에서 사은품을 얼마나 만들어 지점마다 몇 개를 푸는지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수량도 모르고 조기품절 될 수 있다고 하니 이런 과열 상황이 되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