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투사, 저녁 점호 없고 전역 앞두면 근무 열외…혜택 악용한 일탈 빈번

by김관용 기자
2019.09.18 06:00:05

또 터진 기강해이 사건…軍 근무 관리 구멍
일과시간 업무 및 외출·외박은 미군
일과 이후 및 휴가는 한국군이 통제
한국군지원단 인력 태부족…시스템 개선 필요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카투사 병사들의 일탈 사고가 계속되면서 군이 대책을 내놨지만, 이 역시 근복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군의 협조를 얻어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카투사를 관할하는 한국군지원단의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카투사는 내년이 창설 70주년이다. 카투사 제도는 6.25 전쟁 중이었던 1950년 7월 14일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작전지휘권을 이양한 데서 비롯됐다. 카투사 장병들은 한국군과 유엔군 간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미군의 인력 공백을 메웠고 전투력 증강에 기여했다. 특히 서투른 언어와 낯선 생활습관에도 불구하고 적의 방어진지를 찾아내거나 피아를 구분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자신들의 위상을 정립했다. 한 해 카투사 선발 이원은 200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카투사의 모습은 군 기강 해이의 표본 처럼 인식되고 있다. 미군과 한국군으로 이원화된 관리·통제의 사각지대가 생기면서 각종 일탈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 용산 미군기지에서 이번 A씨와 마찬가지로 전역을 앞둔 병장이 한달여 동안 근무를 하지 않고 부대 밖에 머물다가 뒤늦게 적발되는 일도 있었다. 미군이 허락한 외박과 한국군 측에서 받은 휴가를 한꺼번에 사용하는 방법으로 한달 동안 자택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장기간 근무 공백이 아닌, 휴가 기간과 외박 기간 사이 부대에 복귀해 다시 출타해야 하는 내부 규정을 따르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관리자인 해당지역 한국군지원대장은 이 사실을 한 달 가까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올해 2월 뒤늦게 알아챘다.

2월 말에는 동두천 캠프 케이시 헌병중대 소속 B 병장 등 5명의 카투사 장병들이 군무 이탈과 지시불이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사건도 있었다. 이들 말년 병장 5명은 군 조사 과정에서 도서관을 다니는 등 집에서 공부를 하고 싶어 부대를 이탈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적게는 16일에서 많게는 32일 동안 부대 밖에 머물렀다고 한다. 인원 파악 등 병력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사건이라는게 당시 군 당국의 설명이었다.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내에서 장병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카투사 병영에는 24시간 상주하며 인원 보고를 받는 간부가 없다. 간부를 통한 저녁 점호가 있는 한국군과 다른 모양새다. 점호가 있는 부대도 간부가 아닌 선임 병사가 실시하기 때문에 서로 눈감아 주면 실제 병영에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던 것이다.

특히 전역을 앞둔 카투사의 ‘클리어링(Clearing)’ 제도도 문제다. 클리어링이란 카투사 병장이 전역을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근무와 훈련에서 열외하는 제도다. 원칙적으로 클리어링 기간 동안 근무에선 빠지되 영내에 머물러야 하지만 이를 악용해 근무지를 이탈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게 중론이다.

올해들어 카투사 문제가 계속되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육군이 관리실태 등을 전반적으로 확인하고 이런 사안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육군은 간부에 의한 불시 야간 순찰 등을 하고 한·미 양측 지휘관에 의한 출타자 2중 확인 및 승인 절차도 만들었다. 또 출타자 대면신고를 의무화하고 미측의 협조 아래 위병소 출입실태도 확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카투사 장병들 사이에선 규제가 심해졌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게 군 당국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평일 일과시간 업무와 외출·외박은 미군이 관리하고, 일과 이후나 휴가는 한국군이 통제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군은 카투사의 생활 부분을 간섭하지 않고 한국군지원단의 간부는 턱없이 부족해 여전히 자율규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군의 인원파악은 규제가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면서 “절차가 번거롭고 관리 인력이 부족하다면 한국군 간부들처럼 전자출입증 시스템을 구축해 이를 통해 관리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